지난 15일 오전 중앙아프리카 반군 평화연합(L’Union pour la Paix en Centrafrique)은 중앙아프리카 수도 방기(Bangui)의 동쪽에 위치한 알랭다오(Alindao)의 주교좌 성당 내부의 난민 수용소를 습격했다. 이 중 사제가 2명(블레즈 마다(Blaise Mada) 신부, 셀레스탱 느굼방고(Célestin Ngoumbango) 신부)이 포함되어 있었고, 블레즈 마다 신부는 알랭다오 교구의 총대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아프리카는 현재까지 총 3번의 내전을 겪었다. 1차 내전은 2003년 프랑수아 보지제(François Bozizé)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후, 보지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미셸 도토디아(Michel Djotodia)가 ‘민주군연합’(l’Union des forces démocratiques pour le rassemblement)을 조직하면서 내전이 시작되었다.
2차 내전은 1차 내전이 평화 협정으로 마무리 된지 몇 년 지나지 않은 2012년 발생했는데, 사실 평화 협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영토 수복 전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2차 내전 역시 1차 내전과 마찬가지로 보지제 대통령의 중앙아프리카군과 미셸 도토디아가 주도하고 있던 반군 연합 세력인 셀레카(Séléka)와의 내전이었다. 2차 내전은 2012년 반군 연합이 대통령궁을 장악하면서 끝이 났다.
3차 내전은 앞선 두 내전과 달리 정부군이 민간인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미셸 도토디아 대통령을 따르는 연합 세력 셀레카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결집한 농민 자위대 안티발라카(Anti-balakas) 사이에 벌어진 것이 3차 내전이었다.
2013년 중반 국제인권단체 < Human Rights Watch >는 셀레카의 활동으로 인해 천여 개의 거주지가 파괴되었으며 상당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셀레카는 2013년 도토디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공식적으로는 해체되었으나, 사실상 여러 조직으로 분할되어 각 지역에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프랑스어권 언론 < 라크루아 >에 따르면, 이번 습격은 셀레카에서 분화되어 나온 조직 중 하나인 평화연합과 농민 자위대 안티발라카 간의 지역 내 분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UN 파병대 MINUSCA(Mission multidimensionnelle intégrée des Nations unies pour la stabilisation en Centrafrique) 대변인 블라디미르 몬테이로(Vladimir Monteiro)는 < AFP >에 “안티발라카들이 무슬림 신자들을 죽였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 평화연합이 난민 캠프를 공격하며 반격해왔다”고 전했다.
중앙아프리카 수도 방기의 총대리 마띠외 봉도보(Mathieu Bondobo) 신부는 프랑스어판 <바티칸라디오>에 “이들이 집을 불태우고, 죽이고, 사람들의 재산을 약탈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바티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봉도보 신부는 “매 공습 때마다 같은 담화, 같은 규탄만이 있을 뿐 보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않다”며 “신자도 죽고, 신부도 죽는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봉도보 신부는 “교회가 절대로 입을 다물지 않고, 계속해서 규탄을 이어가며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은 지난 16일 저녁 성명서를 발표하고 2만 명이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았다고 알리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또 다시 피난을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알랭다오 지역은 평화연합의 주요 기지 중 하나로 알려졌다. <라크루아>는 보지제 대통령을 실각시킨 이후 셀레카가 사실상 중앙아프리카 전체를 지배하게 되면서 일상적 폭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내전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삼종기도 연설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교황은 2016년 중앙아프리카 수도 방기에서 자비의 희년의 첫 성문(Holy Door)을 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내가 언제나 함께 하며 사랑을 전한다”고 격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죽은 이들과 다친 이들을 위해, 평화가 너무나도 필요한 이 소중한 나라에서 모든 폭력이 멈추도록 기도하자”고 권고하며 기도했다.
한편 일부 외신을 인용해 국내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달리 이번 사건은 기독교와 무슬림 간의 충돌보다는 무슬림이 주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어권 보도를 종합하면, 평화연합의 경우 대다수가 무슬림인 것은 맞지만, 농민 민병대 안티셀레카의 경우 조직에 기원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지역 농민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이 부적 등을 착용하고 다니는 민속신앙을 믿고 있다. 그 외에도 안티셀레카에는 출신에 따라 무슬림, 그리스도교인 등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에서 선교하는 천주교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는 아프리카 한국인 가톨릭 선교사회(KAM)의 소식통을 빌려 사망자가 8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