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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환경회칙, 이탈리아 주간지 초안 보도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6-17 09: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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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발표 예정인 환경회칙의 초안을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가 입수해 15일 보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가톨릭교회가 환경문제를 교황이 발표하는 최고 권위 교서인 회칙의 주제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초안은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기후변화로 빈곤층이 고통 받고 있다며 긴급대응을 촉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탈리아어로 된 초안에서 교황은 기후변화가 대부분 인간의 활동과 화석연료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 빈곤층이 대기오염과 유독물질 폐기, 해수면 상승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 감소와 녹아내리는 북극 빙하, 해양 어종 남획 등이 지구에 가져오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교황이 판례를 세우는 대법원 판결문처럼 논증했다고 평했다.


교황은 온난화에 자연적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활동과는 무관하게 온난화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맹비난하고, 지구를 해치는 인간의 행위를 죄와 동일시했다.


또 기술적 해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손쉬운 체념, 무관심 등이 환경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신자 중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개발과 화석연료 대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개발 등을 위한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바티칸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유출된 초안에 대해 "최종본과 내용이 다를 수 있다"면서 "예정대로 회칙은 18일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이 발표하는 회칙은 주교들에게 보내는 형식을 통해 전 세계 가톨릭교회와 신자에게 보내는 공식 사목교서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란치스코처럼 유명한 교황이 마련한 환경보호 회칙이 정치인과 정책입안자 등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AP는 이번 회칙이 미국 내 상당수 신자를 포함해 기후변화 회의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경고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교황은 9월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회칙에 대해 미국 공화당을 비롯해 미국 우파 유력 인사들이 교황을 향해 세속에 개입 말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고 미국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환경규제 반대론자이자 상원 환경 공공업무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페(오클라호마) 의원은 지난주 기후 관련 콘퍼런스에서 "교황은 그의 일을 해야 하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다수는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하면서 온실가스 규제를 반대해 왔다. 특히 강경 보수파인 티파티의 구성원 대다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로, 환경문제에 대한 교황의 인식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와 피보디 석탄 등 업계와 석유업계의 자금 지원을 받는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허트랜드 연구소는 개발도상국에서 화석 연료가 가난을 극복하는 수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트랜드 연구소는 지난 4월 바티칸에서 교황의 환경 회칙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교황은 자신의 도덕적 권위로 유엔 기후변화 의제를 지원함으로써 신자와 세계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 과학원은 "티파티와 석유에서 돈을 얻는 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꾸준히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지적해 온 과학자들은 교황의 회칙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제프 키엘은 "교황의 회칙이 10억 가톨릭 신자에게 전해질 것"이라며 "이는 과학계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연방우주항공국(NASA)의 기후학자인 개빈 슈미트도 "교황의 회칙이 파리 협상(12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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