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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안드레 씨, 조명탑 위에서 30일째
  • 강재선
  • 등록 2018-12-13 13:29:31
  • 수정 2018-12-13 18: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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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전 총학생회장 안드레 씨는 동국대 총장직선제 실현, 한태식 총장 연임 반대를 촉구하며 동국대학교 조명탑에 올랐다. ⓒ 강재선


갑작스런 추위가 찾아오며 몸이 움츠러드는 때, 11m 높이의 조명탑에서 한 달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이 있다. 동국대 전 총학생회장인 안드레 씨다. 안드레 씨는 대한불교조계종립 동국대 한태식(보광 스님) 총장 연임 중단 선언과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태식 총장은 재학생을 고소하는데 필요한 변호사 비용을 학교 공금에서 지출했다는 의혹과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동국대 학생들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건중 전 총학생회장은 총장 퇴임 요구를 위해 소집한 학생총회의 명단을 학교에 제출하지 않고 파기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고공농성장은 동국대학교 만해광장 길목에 서있는 조명탑 아래 차려져 있었고, 매섭게 부는 바람 가운데 물과 물티슈마저 얼어버리는 날씨에 안드레 씨는 비닐 덮개로 휘감은 조명탑 꼭대기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가톨릭프레스 >는 조명탑 아래 농성장 천막을 지키는 학생들을 만나 최근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조명탑 위 안드레 씨와 전화 연결해 건강은 괜찮은지 물었다. 


▲ ⓒ 강재선


조명탑 아래 농성장을 관리하고 안드레 씨에게 식사와 필수품을 보급해주는 ‘미래를여는동국공동추진위원회’(미동추) 장길남 학생은 최근 학교 측에서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오는 1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총장 선출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최대한 대학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총장 선출 방식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학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집회를 열면 다른 단과대에서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주 금요일에 한 달이 넘어간다. 문화제를 열어 18일 이사회 전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려 한다”고 말했다. 


장길남 학생은 “동국대 사례가 사회적으로 많이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며 “교육기관의 의미가 무엇인가, 과연 종단의 것(소유물)이기만 한가라는 질문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잠시 농성장에 들른 A학생은 18일 이사회 소식에 대해 “개인적으로 학교 태도를 봤을 때, 실질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이사회에서 변화가 일어났던 적이 없고, 이번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A학생은 “학우들의 무관심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학내 문제점에 대해 자기 피부로 닿지 않으면 무관심해지는 분위기가 심화되어 있다”고 털어놨다. A학생은 특히 “오며 가며 응원해주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학우들의 관심이 있어야만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가 경영, 인사권을 포함한 실무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선을 지키기만 한다면 종교가 뭘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학생은 “사람이 나쁜 것이지 종교가 나쁜 게 아니다”라면서 “사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종교에 관여가 되어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종교를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해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이 허다하다는 점에서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A학생은 일반 시민들이 동국대 학생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수동적인 주체가 되는 경우가 일어난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백성이 주체가 된다는 뜻’인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변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총장 직선제, 총장이든 법인이든 선택을 내려야할 때  


▲ 12일 기준, 고공농성 30일차를 맞이한 안드레 전 총학생회장 ⓒ 강재선


조명탑 위 안드레 씨와는 전화통화로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안드레 씨는 먼저 18일 이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일정만 정해진 것”이라며 “그걸 변화라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정이 정해졌고, 한태식 총장도 ‘총장 선거 일정도 안 나왔는데 거취를 어찌 정하냐’고 말한 만큼 이제는 학생들이 지난 4년간 요구한 점을 받아들여 욕심을 내려놓고 명확히 연임을 안 하겠다는 포기 선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드레 씨는 “재단에서는 직선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여전히 내고 있는데, 과거 총장 선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봤을 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히 민주적인 직선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장이든 법인이든 선택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농성 한 달 차에 가장 기다리는 소식이 뭐냐고 물으니 “한태식 총장 연임 포기”라고 말하며 수화기 너머로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4자 협의체에 포함된 현 동국대 총학생회장에게 이사회 일정 관련해 들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으니 “개인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에 종단이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안드레 씨는 “동국대가 종단에서 세운 대학인만큼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개입이라는 개념이 간섭하거나, 운영권 침해로 가서는 안 된다. 학교 발전을 위한 지원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총장선거에 개입한다거나, 이사 14명 중 9명이 스님으로 구성된 이사회 등과 같은 구조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구성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강재선


현장에는 잠시 들러 도움을 주고 가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찾아오고, 천막 안에는 몇 개의 귤상자가 놓여 있었다. 날씨는 춥지만 학생들의 마음이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은 것 같았다.


동국대 문제는 기관으로서의 종교가 학교를 그저 소유물로만 여기고 구성원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에 있어 종교가 가진 영성을 실천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것이 학생들의 목소리가 포함된 직선제를 통한 민주주의 확립 요구로 귀결되는 만큼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가 구체적 장소에서 실현되는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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