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일, 제52차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미사를 봉헌했다. 평화를 기원하는 새해 첫 미사에서 교황은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아기 예수를 낳은 마리아를 묵상하며 “하느님께서 평생토록 인류와 연을 맺은 오늘의 신비는 무한한 놀라움을 자아낸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 예수를 통해 “하느님과 사람이 함께 있게 된 것”이라며 “하느님은 홀로 하늘 위에 사는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모든 이의 형제가 되기 위해, 모든 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처럼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랑의 화신이며 ‘우리 옆에 있는 하느님’(il Dio della vicinanza)”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동정 마리아에게 잉태됨으로써 “그분께서는 인류에게 새로운 애정을 부어주신다”며 “하느님의 사랑에는 부성과 모성이 모두 들어있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자기 자녀를 굳게 믿는 어머니와 같은 사랑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앙은 하나의 만남이지 종교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를 낳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를 묵상하며 “신앙이 우리 안에서 태어났을 때 느꼈던 태초의 놀라움을 다시 느껴보자”고 말했다. 특히 “신앙은 하나의 만남이지 종교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놀라움을 느끼지 못하는 삶이 관습에 틀어박히게 되는 것처럼,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역시 살아계신 하느님의 집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다시 느낄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과거만을 전시하는 ‘박물관 교회’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의 놀라움과 더불어 하느님이 머무는 살아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 “동정 마리아가 우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허락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동정 마리아가 우리를 바라볼 때, 그는 거기서 죄인이 아니라 자녀를 본다”면서 “눈은 몸의 등불”(마태 6,22)이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동정 마리아의 눈은 모든 어둠을 비추고 온 세상에 희망의 불을 다시 당긴다”고 설명했다.
‘영웅심’은 자기 자신을 바치는 것에서 비롯되고, ‘힘’은 동정심을 갖는데서, ‘지혜’는 온화에서 비롯된다.
안정을 주고,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머니의 눈길에 대해 강조하며 교황은 “교회 스스로가 어머니의 눈길을 가진 온화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온화 없이는 “이익은 늘겠지만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익은 있겠지만 모두를 위한 이익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어머니의 온화가 한낱 감정으로만 치부되는 세상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겠지만 내일에 대한 이야기로 풍요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동정 마리아는 위로의 어머니이시며 홀로 있는 이들과 함께 하신다”면서 “마리아는, 위로는 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른들이 아이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것처럼 “동정 마리아가 우리 손을 잡아줄 수 있도록 허락하자”고 제안했다. 모든 손을 뿌리치며 못되게 구는 것이 힘의 상징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이는 약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어머니들에게서 영웅심이란 자기 자신을 바치는 것에서 비롯되고, 힘은 동정심을 갖는데서 비롯되며 지혜는 온화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