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주님공현대축일 강론에서 예수께서 어떻게 우리 앞에 나타나셨는지 강조하며 예수가 세상에 나타난 의미를 되새겼다.
동방 박사들은 이들이 생각한 것처럼 예루살렘의 왕궁이 아닌 베들레헴의 한 누추한 거처에서 예수를 발견하게 된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티베리우스 황제, 본시오 빌라도, 헤로데, 필리포스, 리사니아스, 한나스, 카야파(루카 3,1-2 참조)와 같은 속세 권력과 영적 권력을 의미하는 당대의 ‘위인’들이 아닌 세례자 요한과 같이 광야로 물러난 사람에게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위대한 인물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은 유혹이 생길수도 있다면서 “우리도 ‘예수께서 로마에서 나타나셨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황은 “하느님의 빛은 스스로 빛나는 이를 비추지 않는다”며 “우리가 너무나 자주 권력과 무대의 화려한 조명만을 따라갔다”고 반성했다.
교회로서 우리는 스스로 빛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가. 우리는 인류의 태양이 아니다. 우리는 진정한 빛이신 주님의 빛을 비추는 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축일 제1독서의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이사 60,1)는 구절을 들어 “하느님의 빛은 어둠과 암흑이 땅을 덮게 하지 않으시며, 이 빛을 받고자 하는 이 안에서 빛나게 된다”고 말했다.
안주하는 삶을 털고 일어나 걷고자 하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메시아가 어디서 태어날지를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은 율법학자들처럼 된다.
교황은 동방 박사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며 “율법학자들처럼 예수께서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께서 태어난 ‘그곳’이 우리의 그곳이 되고, 예수께서 태어난 ‘그때’가 우리의 그때가 되며, 예수 그 자체가 우리의 생활이 될 때 예언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늘 우리는 동방 박사를 닮으라는 권고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동방 박사들은 “이야기만 하지 않고 직접 걸어갔다. 이들은 지켜만 본 것이 아니라, 예수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자신들이 중심에 자리하지 않고, 중심이신 그분을 경배했다. 이들은 자기 계획에만 천착하지 않고 언제나 다른 길을 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황금, 유향, 몰약이 갖는 자기 비움과 희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황금은, 첫째 자리가 하느님의 것임을 상기시켜준다”면서 “경배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첫째 자리를 내려놓고 스스로가 가난한 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자기 자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향’은 주님과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며 “유향은 향기를 내기 위해 불타야하는 것처럼, 기도를 위해서는 시간을 ‘태워야’, 즉 주님을 위해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몰약’은 “십자가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의 육신을 소중히 감싸는데 사용되는 것”이라며 “주님께서는 우리가 고통 받는 육신, 버려진 이들, 물질적으로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이 그저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돌보기를 바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공현대축일 베드로 광장 삼종기도 연설에서 “지난 며칠 간 지중해에서 구조된 49명이 두 대의 NGO 선박에 승선한 채 하선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있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이들과의 연대를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49명의 난민 중 32명은 독일 NGO Sea-Watch가 운용하는 선박에 탑승 중이며 여기에는 3명의 아동과 4명의 10대 청소년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17명의 난민은 독일 NGO Sea-Eye가 운용하는 선박에 탑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선박에 탄 난민들은 지난 연말 지중해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들이다.
현재까지 수용의사를 밝힌 유럽 국가로는 독일, 네덜란드와 프랑스뿐이다. 몰타는 하선을 허용하지 않은 채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정박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내부적으로 여성과 아동 일부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은 나오고 있으나, 강경한 난민 거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마음과 지갑을 열었으니 이제 다른 사람 차례”라면서 이탈리아의 난민 배척 정책에 대해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