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 제27차 세계 병자의 날 메시지를 발표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구절을 핵심으로 한 이번 메시지에서는 “대가 없는 사랑을 드러내는 행동”을 강조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너그러움을 베푸는 태도야 말로 가장 믿음직한 복음화 수단
교황은 인간 생명이 ‘개인 소유물 또는 재산’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에 생명을 돌보는 보건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물’이라 함은 물질적 선물을 그저 주는 것 이상을, 즉 그저 재산이나 사물의 이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물’에는 “자신을 무상으로 내어줌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며 “결국 이러한 ‘선물’은 하느님 사랑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이처럼 아무 댓가 없이 우리가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피조물로서 우리의 한계를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며 “한계라는 진실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겸손해지고 이를 통해 생활의 필수 덕목으로서 연대를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개인적으로, 노력만으로는 우리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에 우리는 빈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한다고 생각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열리는 세계 병자의 날 행사를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캘커타의 성 마더 데레사 이야기를 꺼내며 “성 마더 데레사께서는 우리의 유일한 행동 기준이 언어, 문화, 인종 또는 종교를 구분 짓지 않는 인류에 대한 이타적 사랑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신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상성(gratuità)이 “보건의료업에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자 훌륭하게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을 구현하고 있는 많은 봉사자들의 노력의 원천이 되고 이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보건의료업계 봉사자들에게 중환자, 장애 등 특수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병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환자는 개인적 감정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라면서 “봉사자들은 환자가 돌봄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에서 인간관계에 참여하는 능동적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시설들은 이득만을 앞세우고,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람을 이용하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가짐에 대해 자기희생, 무상성, 연대의 예시를 보여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이 말하며 가톨릭 보건의료 시설들이 이익우선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러한 무상과 선물의 문화를 증진시켜 나가면서 가톨릭 보건의료 시설들이 일개 사업을 운영하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가톨릭 정신에 따르면 “보건의료 시설은 이익보다는 개인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보건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기에 다른 이들과의 소통에 달려있으며, 신뢰와 우정 그리고 연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