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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박물관 대한민국, 천주교는 무엇을 향해 가고있나
  • 강재선
  • 등록 2019-01-17 18:55:25
  • 수정 2019-01-17 1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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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한국의 종교를 대상으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 (이하 ‘2018종교현황’)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는 2018년을 돌아보고 2019년 천주교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보고서 모두 한국천주교회가 2018년 어떤 방향을 추구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들을 제공한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한국인 절반, 스스로를 종교인이라 생각

종교인 중 천주교 신자는 18%… 요양·의료기관은 타 종교보다 많아


‘2018종교현황’은 대한민국을 ‘종교백화점’, ‘다종교사회’, ‘종교박물관’으로 표현하며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종교 현황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종교가 교육, 사회복지, 국방, 법무 등 공적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과 한국인 절반 가까이 스스로를 종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개신교·불교·천주교 3대 종단 위주로 ‘2018종교현황’이 제시한 각 종교별 신자 수(2015 인구센서스 집계 기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총 종교인구는 약 2,1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개신교 신자는 약 960만 명으로 종교인구의 45%를, 불교 신자는 약 760만 명으로 35%를, 천주교 신자는 약 390만 명으로 18%를 차지한다.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집계된 신자수를 비교하면, 불교와 천주교는 2005년을 기점으로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 (자료출처=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


종교 현황은 대체로 신자 수를 기준으로 한 교세와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종교 관련 법인 수, 종교언론 수, 종립학교 수,  남북교류 회수 등에서는 대부분 개신교가 1위를 차지했다. 불교는 보유 문화재 수에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수십 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부분 현황들이 교세나 지역적 특성에 비례한 반면, 특이하게도 요양·의료사업체 수만큼은 천주교가 가장 많았다. 그 사업 규모가 교세에 비해 크다는 뜻이다. 


최근 천주교 요양·의료사업장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는 천주교가 요양·의료와 같은 수익창출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종교언론 현황, 손에 꼽히는 천주교 수치


각 종단의 소식과 더불어 사회와 소통하는 도구가 되는 종교언론 현황을 살펴보면, 천주교는 다양성을 확보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가 부진했음을 알 수 있다. 


TV, 라디오를 제외한 정기간행물의 경우 불교(신문 58개·잡지 154개), 개신교(신문 189개·잡지 372개)와 달리 천주교는 신문 3개(가톨릭신문, 가톨릭평화신문, 매일신문)와 잡지 45개가 전부였다. 


이는 종단 내에서 교단이 세분화 되어 있는 불교와 개신교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특성을 반영한다고 해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교계언론 수는 천주교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활동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종단별 남북교류 현황, 2019년엔 함께 하면 어떨까


종교계 남북교류 현황(종단별 통일부 허가법인과 대북지원지정단체)의 경우 개신교는 허가법인 65개와 대북지원지정단체 25개, 불교는 허가법인 7개와 대북지원지정단체 5개가 있는 반면, 천주교는 1개의 허가법인(우니타스)과 5개의 대북지원지정단체가 전부였다. 대북지원지정단체에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평화3000, 한국가톨릭의료협회와 한국카리타스가 포함되어 있다.


‘2018종교현황’이 제시한 2008-2018 남북교류 현황 내용을 살펴본 결과, 불교가 총 36회, 기독교가 총 21회의 교류 행사를 개최했으며 천주교는 12회에 그쳤다. 


이마저도 ‘평화 3000’의 백두산 유적지 참관이나 남북합동미사를 제외하면 주교회의 민화위, 정의구현사제단을 포함한 천주교 측의 남북교류 행사는 모두 장충성당 미사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개신교나 불교 및 기타 종단의 경우 인도적 지원에 해당하는 식량 지원, 의료 지원과 더불어 남북기도회나 공동성명서 발표 등 여러 활동들을 이어왔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교회활동 평가와 개선점 설문조사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23일까지 ‘2019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와 전망’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886명이 응답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에 대한 교회 활동 평가와 교회 쇄신을 위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조사·분석했으며 『2019 한국천주교회』로 발행됐다. 


▲ (자료출처=2019한국천주교회)


먼저 ‘평신도 희년’에 대한 한국 교회 활동을 묻는 조사에는 부정 의견이 31%, 긍정 의견이 24.2%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기대에 비해서는 그 추진 과정이나 성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라며 “평신도들보다 성직자들의 부정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성직자50.5%, 평신도 28.8%)”이라고 분석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에 대한 한국 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부정 의견이 25.5%, 긍정 의견이 40.6%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연구소는 30대 신자 층에서는 긍정 의견과 부정 의견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으로 신자들은 교회의 노력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의견도 적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료출처=2019한국천주교회)


2018년 제15차 세계주교대위원회의 핵심이기도 했던 ‘젊은이’들이 참여한 한국청년대회(KYD)에 대한 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부정 의견이 22.2%, 긍정 의견이 33.9%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지난 한 해 동안 각 본당과 교구가 청년 친화적 교회, 찾아가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내용을 짚었다. 특히, 청년들을 교회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수원교구와 청소년 친화적인 본당 건설을 통해 주변부로 밀려난 청소년이 다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 광주대교구의 사례를 들었다.


2018년 ‘미투 운동’의 물결 안에서 한 유명 사제의 성폭력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교회의 대응을 두고 신자들은 강한 부정 의견(58.2%)을 드러냈다. 이는 김희중 대주교의 신속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천주교회의 성직자 성범죄에 대한 대처와 후속 조처들이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 (자료출처=2019한국천주교회)


지난 해 극단적 여성주의 성향을 가진 인터넷 사이트의 한 회원이 성체를 불에 태우고 낙서를 한 일명 ‘성체 훼손 사건’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두고 신자들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입장(44.7%)을 나타냈다. 당시 주교회의는 사건 이후 ‘성체 보존과 공경에 대한 신자 교육’, ‘단식 및 금육’ 등과 같은 공동 보속 행위를 권고했다. 연구소는 “기존의 교회 가르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데에서 나아가, 다양한 의견들에 대한 나눔을 통해 교회의 입장을 좀 더 정교화하고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동의 발판을 만드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갖 가짜뉴스와 외국인 혐오가 난무한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한국 교회 대응을 두고는 긍정 반응(30.9%)과 부정 반응(33.6%)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서는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의 구체적 노력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부 그리고 알프레드 수에레브 신임 교황대사의 제주도 방문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교회쇄신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변화돼야


교회 쇄신을 위해 각 구성원들(주교, 신부, 수도자, 평신도)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각 문항에는 중복으로 응답할 수 있으며, 5순위까지 뽑아 결과를 발표했다.


▲ (자료출처=2019한국천주교회)


주교들에게는 ‘대화와 소통’(59%), ‘독선과 권위주의’(52.2%), ‘사회 정의 실천 노력 부족’(50%), ‘성과와 물량주의 집착’(48.1%),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47.4%)이 대표적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신부들에게는 ‘독선과 권위주의’(73.3%), ‘대화와 소통’(73%), ‘미사준비와 강론’(65.9%), ‘사치스런 취미 활동’(65.1%), ‘사목비전과 리더십 부족’(64.9%)의 순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꼽혔다. 


수도자들의 시급한 개선점으로는 ‘미성숙한 언행’(42.2%), ‘편협하고 일방적 사고’(38.1%), ‘기도와 영성 생활 결핍’(32.2%), ‘독선과 권위주의’(28.5%),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26.3%)가 선정됐다. 


평신도들에게는 ‘분파적 모임과 행동’(63.5%), ‘동료와의 반목과 갈등’(61%), ‘기도와 영성 생활 결핍’(57%), ‘불성실한 신앙 활동’(48%), ‘가진 이들 위주의 모임’(46.2%)이 지적됐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설문조사, 2019년의 시작이 되려면


한국 교회의 쇄신과 복음적 성장을 위해 시급히 수행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결과도 나왔다. 

 

첫째, 사목자들을 위한 리더십과 인성교육 강화(34.7%), 

둘째,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분위기 조성(34.5%), 

셋째,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지속적인 양성 제도 마련(26.1%), 

넷째, 신자들의 기도와 영성생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23.1%), 

다섯째, 교구의 불합리한 규정 및 사제 인사제도의 개선(22.2%) 등으로 이어진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위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과 ‘현대 세계에 적응을 위한 사목 구조 변화’ 등을 2019년 한국천주교회의 화두로 선정했다. 


연구소는 교회 안에서 조차 가난한 이를 섬기지 않고 부,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세속주의가 팽배하며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교회 안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에 시급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와 더불어 지역과 소속, 계층을 허무는 사회관계망과 같은 기술발전의 혜택을 입어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된 세대를 교회 안으로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복음화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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