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혜용스님)가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부처님오신날 기념 성소수자 초청법회를 개회했다.
조계종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만을 따로 모아 법석을 마련하기는 한국 불교 역사상 처음이다.
노동위는 이번 법회가 2013년부터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비정규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초청해 온 것과 같은 취지라고 밝혔다.
이는 차이와 차별을 넘어 폭력과 혐오가 성소수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실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것과 함께 성숙한 문명사회는 소수자들의 인권과 인격을 차별로부터 감싸주는 사회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회에는 그동안 성소수자들을 위한 비공개 법회를 지속해온 조계종 노동위원 효록 스님 등 성소수자,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 있는 60여명이 참석했다.
효록 스님은 ‘모든 존재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는 주제 강연에서 “성(性)이란 게 무엇일까요? 사실 저도 성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 속에서 출가를 결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성은 사실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 라는 구분을 떠나 모든 인류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라며,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의 원인을 무지에서 찾았다.
따라서 성소수자를 둘러싼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까운 지인들을 중심으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자주 거론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록 스님은 만약 부처님이 이 땅에 계셨다면 성소수자문제에 대해 절대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처님 당시 인도에는 불가촉천민이라는 계급이 있었습니다. 만지는 것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존재였어요. 부처님은 그런 이들까지도 보듬으며 ‘사람의 귀천은 그 존재가 아닌 행위에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인지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부처님이 이 땅에 계시다면 성적 취향에 의해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거예요.”
효록 스님은 성소수자들이 주변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상처와 분노에 대한 치유법으로 ‘자기돌봄’을 제시했다.
“부모님, 친구, 직장 동료 등 모두가 나를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나 스스로 만큼은 나를 돌봐야 합니다. 내가 나를 돌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세상이 나를 외면하더라도 나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태도와 마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이런 차별의 시대에서 겪게 되는 상처와 분노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종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는 성적 지향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 너무 심하다”며 “그러나 28일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