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 교구 사제였던 베르나르 프레나(Bernard Preynat) 신부가 19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한 본당의 보이스카우트 아동 70여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악명 높은 ‘프레나 사건’이 영화로 개봉한다.
프랑수아 오종(François Ozon)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하느님의 은총으로’(Grâce à Dieu)는 유년 시절 프레나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생존자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에게 성폭행을 가한 프레나 신부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피해생존자들을 한데 모아 프랑스 가톨릭교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피해생존자들은 피해자 공동대응 단체 ‘파롤 리베레(해방된 말)’을 설립하여 피해자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지속적으로 프레나 신부의 형사법적, 교회법적 처벌과 이를 은폐한 주교, 특히 사건을 알고도 ‘교황청의 지시를 따랐다’고 항변한 바르바랭 추기경의 처벌을 요구해왔다.
최근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받은 이 영화는 실제 피해생존자들이 그 과정에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오종 감독은 시상식에서 “많은 저항이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개봉되기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가치와 중요성이 인정받는 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오종 감독은 이 영화가 “법적 측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측면, 피해자들의 고통을 다루었다”고 강조했다.
‘하느님 은총으로’라는 제목은 2016년 리옹 대교구장이자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수장(Primat)인 필립 바르바랭 추기경이 프레나 신부의 혐의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점을 언급하며 “하느님 덕분에”(grâce à Dieu)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말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에도 이 발언은 가톨릭교회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체에 큰 공분을 일으켰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지난 2월 초 프레나 신부의 혐의를 인지하여 제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혐의로 다른 관련자 5명과 함께 ‘아동성범죄 미신고’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피해생존자들이 공동 고발인으로 제기한 바르바랭 추기경의 재판 결과는 3월 7일에 나올 예정이다.
파롤 리베레 대표 프랑수아 드보(François Devaux)는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토론을 위한 만남의 장이 되어야 한다”면서 “영화를 통해 교회가 좀 더 세상 가운데로 들어오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직자 성범죄는 ‘교회의 병’이라는 주제로 사목교서를 발표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교구장 뤽 라벨(Luc Ravel) 대주교는 < 라크루아 >에 영화를 본 소감을 밝히며 “등장인물로 나타난 피해자들 이야기는 내가 직접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의 메아리였다”고 말했다. 라벨 대주교는 영화를 보면서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처가 “절대 아물지 않는 것”임을 느꼈다면서 범죄가 발생한 시기에 따라 사건을 달리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벨 주교는 영화를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홍보도 비난도 하지 않겠다”면서 “언론인 또는 예술가들이 제대로 된 문제를 다루는데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주교들끼리) 옹호해주겠다며, 교회의 자기보호라는 이름으로 논란에 뛰어드는 동료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프레나 신부 측에서는 형사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리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8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어 일정대로 20일에 프랑스 극장에 개봉하게 됐다. 리옹 법원에도 바르바랭 추기경과 함께 관련자로 재판을 받은 리옹 전 대교구 관계자에 의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접수되었으며,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오는 19일 가처분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