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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해결 위해 열리는, 첫 세계주교의장단회의
  • 끌로셰
  • 등록 2019-02-21 15:24:03
  • 수정 2019-02-21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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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성직자 성범죄를 보편교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이 모이는 회의가 21일 시작된다. 


조직위원들의 발언과 관련 인사들의 각종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치유와 더불어 성직자 성범죄 해결의 중심축을 이루는 가해 성직자 처벌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성직자 성범죄를 방조·은폐한 주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적 개선책은 마련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7개국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가 결성한 국제단체 ECA(Ending Clergy Abuse) 미국 지부 설립자이자 북미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단체 SNAP(Survivors Network of those Abused by Priests)의 설립자 피터 아이슬리(Peter Isley)는 미국 < Crux >와 19일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회의에서)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소재의 규명은 ‘희망’이 아닌 ‘정의’가 그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학대의 끔찍한 충격을 가슴 깊이 느끼는 호의적인 사목자’의 모습과 ‘(학대에) 무감하고 이미 알려진 학대범들에게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모습을 모두 본다면서 “(역대 교황 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방식으로 성직자 성범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교황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때로 주교들이 이러한 범죄를 은폐하도록 방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슬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초 칠레 순방에서 돌아오는 기자 회견에서 후안 바로스의 성직자 성범죄 은폐 의혹을 두고 ‘확증이 없다’면서 주교에 대한 의혹을 ‘중상모략’이라고 이야기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슬리는 이번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의적인 사목자’적 면모를 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오로지 문제의 진실과 사실을 마주하는 것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


신앙교리성 차관보(Adjunct Secretary)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20일 < 바티칸 뉴스 > 이탈리아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 주제 중 하나인 ‘투명성’(Transparency)에 대해 “하느님의 백성들은 (성직자 성범죄) 절차의 결과가 무엇이며 누가 ‘양떼 가운데 늑대’인지를 알아야 할뿐만 아니라, 적합한 보호를 위해 취하는 모든 활동들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직자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악명 높은 ‘침묵의 문화’ 또는 ‘조직 문화’(omerta)를 퇴치하고 하느님 백성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어야(empowerment)한다”고 강조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오로지 문제의 진실과 사실을 마주하는 것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이자 미국 시카고 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 역시 지난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께서는 주교회의가 (성직자 성범죄에) 책임을 다하기를 바라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 참석한 그레고리안 대학 아동보호센터 소장 한스 졸너(Hans Zollner) 신부는 각 지역교회 지도자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어떤 직위에 있든지, (범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칠레 ‘카라디마 사건’ 피해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났던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모임 코디네이터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Juan Carlos Cruz)는 주교들이 이번 회의에서 챙겨야 할 핵심 메시지는 “무관용 원칙 강화”라고 말했다. 크루스는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 뿐만 아니라 이를 은폐한 이들도 처벌하는 교회법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교회 내에서 어떤 직위에 있든지, (범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스를 비롯한 10여명의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은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 조직위원들과 만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긍정적이고, 강도 높은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크루스는 “우리는 (조직위원회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면서 “이러한 성범죄 문화, 은폐 문화는, 세계 어디에서든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스는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나는 주교들에게 이번 회의가 성공하기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당 만남에 참여한 북미 성범죄 가해/피해 추적 단체 < BishopAccountability.org > 이사이자 < 보스턴 글로브 >의 성직자 성범죄 추적 노력에 동참한 필 사비아노(Phil Saviano)는 대화가 “약간의 대립각을 세웠다”면서도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이야기했으며, 많은 점에서 쌍방 대화였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사비아노는 시클루나 대주교에게 성직 박탈자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서한을 전달했으며, 시클루나 대주교가 이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 만남에 참여한 피해자들 중 일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프란체스코 자나르디(Francesco Zanardi)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리에 있어야 했을 순간들이 있었는데, (교황이 없어) 약간은 실망했다”고 말했다.


< Crux >는 과거에도 교황이나 교황청 주교들이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기는 하나 피해자를 선별해 교회와 대립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만을 만나왔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피해자 단체 인펜시아 로바다(Infancia Robada) 대표이자 마리스타 수도회에서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미구엘 앙헬 후르타도(Miguel Angel Hurtado) 역시 조직위원회와 만난 소감을 밝히며 “우리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교들이 해야 할 일은 “구체적인 조치와 시기가 담긴 전반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콰도르 출신의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후안 바야스(Juan Bayas)는 피해자가 가해 사실과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 Crux >에 자신에게 성폭행을 저질러 성직자 신분에서 제명된 신부의 정보를 얻어 사법기관에 소를 제기하려 했으나, 신앙교리성 측에서 피해자인 자신에게 자료를 건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과의 만남은, 주교들이 이번 회의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줄 것이다. 


교황청 역시 만남 직후 알렉산드로 지소티(Alessandro Gisotti) 임시 공보실장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들의 진심과 증언의 힘에 감사드린다”며 “이는 주교들이 이번 회의에서 마주하게 될 난제들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더 잘 이해하는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성인 여성 피해자들 역시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혔다. 지난 19일 성직자 성범죄 여성 피해자 단체 ‘신앙의 목소리’(Voice of Faith, 이하 VOF)는 “(여성과의) 열린, 투명한 토론은 교회를 치유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신부가 자신에게 고해성사 중 성관계를 제안했다고 공개고발 했던 VOF 구성원이자 전직 수녀 도리스 바그너(Doris Wagner)는 약 30퍼센트의 여성 수도자들이 남성 상급자로부터 성폭행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순결, 고통과 섬김에 순명하는 것이 여러분의 관점이었다면, 여러분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 목소리를 높였겠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정확한 파악을 위한 통계 연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VOF 구성원이자 SNAP 상임이사 발바라 도리스(Barbara Dorris)는 < Crux >와의 인터뷰에서 “(주교들은) 변화하라고 압박하고 자기들 발치에 걸리적 거려야 (문제를 해결하려) 앞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일 UAE 순방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수녀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와 주교들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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