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의 수탈과 침략을 반성하는 일본가톨릭정의와평화협의회(이하 일본 정평협)의 담화문이 공개됐다.
1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한국 주교회의)가 공개한 이번 담화문에서 일본 정평협 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는 지난 2월 20일 김희중 대주교가 발표했던 ‘3·1 운동 정신의 완성은 참평화’라는 제목의 기념담화를 언급했다.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시킨 한국 천주교 지도부의 행태를 반성하는 한국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의 담화문에 대해 “이 3.1 독립운동으로 상징되는 식민 지배로부터의 독립과 해방을 위한 한반도 국민들의 피나는 투쟁과 저항 정신은 끊임없이 계승되어, 최근의 촛불 혁명이나 남북 평화를 위한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수탈과 침략의 주체였던 일본 책임에 대해 가쓰야 주교는 “일본 천주교회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국 천주교회에 크게 관여했었고, 신자들이 일본의 침략 전쟁에 협력하도록 촉구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남북 분단의 근원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침략 정책이라는 역사가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한반도가 둘로 갈라진 데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시인했다.
가쓰야 주교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긴장 상태인 한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같은 평화의 복음으로 모인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형제자매로서 과거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직시하며, 문화, 종교 등 시민에 의한 다양한 교류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쓰야 주교는 3.1독립선언서(기미독립선언서)를 인용하며 “독립 선언서는 일본에 대한 비난과 단죄가 아니라, 차별하고 민족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은 식민지주의의 극복이라는 더욱 숭고한 인류 보편적인 이상 실현의 호소이며 초대”라면서 “이것은 당시 한반도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100년 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든 사람이 기억하고 상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1999년 일본천주교중앙협의회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전시(戰時), 일본 가톨릭교회의 입장과 신사 참배』라는 책을 내고 일제의 한반도 수탈 역사의 배경, 일본 천주교회의 식민 지배 정당화 개입의 흔적 및 이후 이러한 침략의 역사를 반성해온 일본 천주교회의 노력을 한데 모아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일본가톨릭정의와평화협의회 회장 담화 전문이다.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올해 3월 1일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며 한반도 전역에서 사람들이 들고일어난 3·1 독립운동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제 강점기인 1919년 3월 1일 서울 파고다 공원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울 시내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이 움직임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되어, 20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3·1 독립운동으로 상징되는 식민 지배로부터의 독립과 해방을 위한 한반도 국민들의 피나는 투쟁과 저항 정신은 끊임없이 계승되어, 최근의 촛불 혁명이나 남북 평화를 위한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담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2월 20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1 운동 정신의 완성은 참평화”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담화에서 김희중 대주교는 “백 년 전에 많은 종교인이 독립운동에 나선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라고 하면서,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독립 선언서 작성에는 천도교(15명), 개신교(16명), 불교(2명)가 참여했지만, 천주교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조선 후기 한 세기에 걸친 혹독한 박해를 겪고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한국 천주교회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런 까닭에 외국 선교사들로 이루어진 한국 천주교 지도부는 일제의 강제 병합에 따른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도,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워 해방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외면한 채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했으며”, 또한 “나중에는 신자들에게 일제의 침략 전쟁에 참여할 것과 신사 참배를 권고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희중 대주교는 “우리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과거를 반성하고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 한반도에 참평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책임
한편, 올해 3월 1일은 우리 일본 천주교회에도 역사를 직시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인들의 평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다시 물어야 하는 날입니다. 일본 천주교회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국 천주교회에 크게 관여했었고, 신자들이 일본의 침략 전쟁에 협력하도록 촉구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게다가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전쟁과 남북 분단의 근원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침략 정책이라는 역사가 있습니다.
지금도 정치적으로 한일 정부는 긴장 상태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일 천주교인들은 같은 평화의 복음으로 모인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형제자매로서 과거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직시하며, 문화, 종교 등 시민에 의한 다양한 교류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100년 전 조선의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응답입니다.
보편적 호소인 3·1 독립 선언서
3·1 독립 선언은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병자수호조약 이후 때때로 굳게 맺은 갖가지 약속을 배반하였다 하여 일본의 배신을 죄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 우리의 오랜 사회 기초와 뛰어난 민족의 성품을 무시한다 해서 일본의 무도함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습니다. … 일본 제국주의 통치배들의 부귀공명의 희생이 되어 압제와 수탈에 빠진 이 비참한 상태를 바르게 고쳐서 억압과 착취가 없는 공정하고 인간다운 큰 근본이 되는 길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무력의 시대가 가고 도덕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과거 한 세기 동안 갈고 닦으며 키우고 기른 인도주의 정신이 이제 막 새로운 문명의 밝은 빛을 온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봄이 온 세계에 돌아와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혹심한 추위가 사람의 숨통을 막아 꼼짝 못하게 한 것이 저 지난 한때의 형세라면 화창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에 원기와 혈맥을 떨쳐 펴는 것은 이때의 형세이니, 천지의 돌아온 운수에 접하고 세계의 새로 바뀐 조류를 탄 우리는 아무 주저할 것도 없으며 아무 거리낄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본래부터 지녀 온 권리를 지키고 온전히 하여 생명의 왕성한 번영을 맘껏 누릴 것이며, 우리의 풍부한 독창력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천지에 순수하고 빛나는 민족문화를 찬란히 꽃피우게 할 것입니다.”
곧, 이 독립 선언서는 일본에 대한 비난과 단죄가 아니라, 차별하고 민족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은 식민지주의의 극복이라는 더욱 숭고한 인류 보편적인 이상 실현의 호소이며 초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 한반도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100년 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든 사람이 기억하고 상기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일본의 천주교 신자들도 한국 천주교회와 함께 이 ‘선언서’가 지향하는 지평을 바라보며, 국가보다도 인류,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원합시다.
2019년 3월 1일
일본가톨릭정의와평화협의회 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