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Jorge Mario Bergolio) 추기경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선택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재임한지 6년이 되는 날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6주년을 기념해 외신은 다양한 분석을 내 놓았다. 지난 1년간 가톨릭교회 전반을 흔들었던 성직자 성범죄 추문에 대한 교황의 대응과 의사결정 구조에 모든 공동체 구성원을 참여시키고 지도자들에게는 '책임'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교회 생활의 중심에 '공동합의정신'을 두었다.
“무엇보다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공동합의성’에 맞추어 운영했고, 이를 통해 6년 만에 가정과 젊은이에 관한 세 차례의 시노드와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시노드적 모임이 있었으며 아마존에 관한 시노드를 준비 중에 있다”
“교회 생활의 중심에 공동합의성을 다시 가져다 놓음으로써 가장 먼저 맺은 결실은 교회 생활과 사명에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글로벌 리더이기도 하다”
- < La Civiltà Cattolica >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Antonio Spadaro) 신부)
공동합의성은 교회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논쟁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는) 교황이 군림하고 주교들은 그저 각 지역 관리인으로 전락한 교회의 경직된 위계질서 개념에 집착하다보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비전은 실제로 사라지고 말았다. (...)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며, 지역 차원에서 충분히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도 로마 교황청 부서에 의존하는 등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주교 세대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인류의 빛」(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의 헌장)의 비전은 후퇴했고 자기 양떼를 이끌 수 있는 주교들은 자취를 감췄으며, 주교들은 ‘대 요한 바오로’를 인용하기에만 급급했다.”
“공동합의성은 구조 이상의 것이다. 이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공동합의성은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쟁하는데서 이겨야 하는 무엇이 아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역할이 사람들에게 억지로 뭔가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들처럼 (교황의 역할을) 교회의 일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며, 오로지 공동합의적 교회만이 진정으로 교회의 일치를 재건할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임기 6년차는 프란치스코 교황 임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단 회의를 소집한 결정은 전례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기한이 지난 대응이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결과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주교들에게 명령을 기다리거나 명령이 없다는 이유로 교황청으로 눈길을 돌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성직자 성범죄)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 < National Catholic Reporter > 기자 마이클 숀 윈터스(Michael Sean Winters)
교회는 인적자원이나 전략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6주년이 된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대한 국제 순방과 두 시노드의 시작과 종료로 한 해를 시작했다. 2월 21일부터 24일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이 참석한 회의와 오는 10월에 봉헌되는 아마존에 관한 시노드, 알아즈하르의 대이맘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던 최근 UAE 순방이 특히 주목할 만했다. (…) 하지만 지난해를 돌아보면 성직자 성범죄 추문과 내부 갈등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엇이 핵심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즉, 교회는 영웅(또는 영웅과 같은 교황)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며, 인적 자원이나 전략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더욱 더 실질적인 규범과 책임 그리고 투명성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자기 스스로를 자비와 용서를 구하며 치유를 간청하는 존재로 인식하기에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 교황청 홍보부 편집국장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기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사랑과 자비 그리고 용기다.
- 교황청 임시 공보실장 알레산드로 지소티(Alessandro Gisotti)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교회개혁이 완성되는 것까지는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임기가 짧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툭 던졌다. ‘2, 3년 뒤에는(…) 하느님 집에…’ 2015년에도 멕시코 TV채널에서 ‘내 임기는 짧을 것’이라면서 ‘4, 5년 정도, 잘 모르겠지만, 2, 3년 일 수도 있다. 주님께서는 내게 짧은 시간을 허락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재차 말했다.”
“교황이 매달리고 있는 것은 더욱 전반적인 교회개혁이다. 교황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교황이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 썩었는지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한해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칠레 가톨릭교회 위기로 시작해, 매캐릭 사태로 이어지고, (…) 마지막으로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과 프랑스의 필립 바르바랭 추기경의 처벌로 끝난 한해였다.”
“올해 82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이 완성되는 것까지는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작된 절차들을 공고히 하여 이를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일에 자신의 임기를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 프랑스 < La Croix > 바티칸 특파원 니콜라 스네즈(Nicolas Senè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