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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초석을 놓은 주역은 평신도”
  • 문미정
  • 등록 2019-03-26 12: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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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 문미정


26일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9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연설을 하며, “평신도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지난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 중점적으로 성찰하고 논의하기를 바라며 교황이 제시한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역할’, ‘한국 순교자 기념’, ‘기도의 가치’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먼저, “교황 성하께서는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증진하려는 주교님 여러분의 노력을 격려해 달라고 제게 당부하셨다”며, “한국 천주교회의 초석을 놓은 주역이 바로 평신도였으니, 한국 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는 이 근본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모두 평신도로서 교회에 들어옵니다. 세례성사는 우리의 정체성에 영원한 인호를 찍어 주는 첫 성사로 우리가 늘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 우리의 근본적인 첫 축성은 세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신부나 주교로 세례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신도로 세례받았고, 이는 어느 누구도 없앨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인호입니다.” 

(2016.03.19, 프란치스코 교황, ‘교회의 생활에 평신도의 공식 참여에 관하여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 중)


▲ ⓒ 가톨릭프레스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사제나 봉헌 생활자나 주교들의 엘리트 집단이 아니다. 교회의 모든 이가 충실하고 거룩한 하느님 백성을 이룬다. 이 사실을 잊으면 많은 위험과 왜곡이 따른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동으로 지니는 교회 정체성을 인식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위험한 병폐 가운데 하나인 성직주의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가 된다”며, “성직주의는 교황 성하께서 특히 주교와 신부에게 말씀하실 때 자주 언급하시는 질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한국 순교자들의 유산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역사를 풍요롭게 하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희생에 대한 생생한 기억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굳건히 하고 아직 그분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가까이 모시고 갈 중요한 사목적 교리적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께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 줄 것을 청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표하시어, 성좌가 당사자들 사이의 성실한 대화를 증진하는 모든 외교적 시도에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신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교황대사는 “우리는 일치와 평화의 목표에 도달하려면 인간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이에 우리의 설득 정책들이 수포로 돌아갈 지라도, 언제나 기도의 힘은 성공을 거둘 것임을 굳건히 믿고 있다”면서, “기도는 정치 지도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열쇠”라고 강조했다. 


2019년 춘계 정기총회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리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봉헌과 지속적인 기도운동 전개 방안 등을 논의한다. 


또한, 지난 2월 21~24일에 열린 세계주교회의 의장단 회의결과를 공유하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교회 내 성학대 피해 접수처 설치, 교구별 대책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주교회의 2019년 춘계 정기총회

교황대사 연설

(2019년 3월 26일)


존경하는 추기경님과 주교님 여러분,


사랑하는 이 나라에 부임하고 두 번째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형제 주교님 여러분께 말씀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교황대사로서 주교님 여러분과 함께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와 한국 천주교회의 교회적 친교를 굳건히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고, 이것이야말로 교황대사의 으뜸가는 임무입니다. 


한국에서 주교님 여러분과 함께한 지 이제 십 개월이 됩니다. 그동안 주교님들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따스한 환대에, 제 마음은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주교님 여러분의 친절한 형제애에 감사드리며, 각자 교구에서 당신의 사목적 보살핌에 맡겨진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시는 여러분의 모범적인 사목 활동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또한 주교님들께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다양한 위원회들 안에서 보여 주시는 배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교님 여러분과 세 가지 주제에 관하여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이 주제들은 지난 1월에 제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를 개인 알현하였을 때, 교황님께서 직접 여러분이 중점적으로 성찰하고 논의해 보기를 바라시며 저에게 제시해 주신 것입니다.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역할


교황 성하께서는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증진하려는 주교님 여러분의 노력을 격려해 달라고 제게 당부하셨습니다. 평신도의 역할은 참으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주교님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한국 천주교회의 초석을 놓은 주역이 바로 평신도였으니, 한국 교회의 정체성을 이루는 이 근본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국 평신도들은 첫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표양을 본받아 삶 전체에 걸쳐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4년에 발표하신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십니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에 관한 의식이 점차 증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 이와 함께 세례와 견진에서 비롯되는 평신도의 이러한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의식은 모든 곳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복음의 기쁨」, 102항).


교황 성하께서는 2016년 3월 19일에 ‘교회의 생활에 평신도의 공식 참여에 관하여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렇게 쓰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신도로서 교회에 들어옵니다. 세례성사는 우리의 정체성에 영원한 인호를 찍어 주는 첫 성사로 우리가 늘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 우리의 근본적인 첫 축성은 세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신부나 주교로 세례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신도로 세례 받았고, 이는 어느 누구도 없앨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인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교황 성하께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십니다. “교회는 사제나 봉헌 생활자나 주교들의 엘리트 집단이 아닙니다. 교회의 모든 이가 충실하고 거룩한 하느님 백성을 이룹니다. 이 사실을 잊으면 많은 위험과 왜곡이 따릅니다.” 여기 한국에서 교황님께서는 아버지로서 여러분에게 독려하기도 하셨습니다. “평신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


우리가 공동으로 지니는 교회 정체성을 인식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위험한 병폐 가운데 하나인 성직주의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가 됩니다. 성직주의는 교황 성하께서 특히 주교와 신부에게 말씀하실 때 자주 언급하시는 질병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 여러분, 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제직 후보자 양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우리의 사명과 소명은, 세례 때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받은 은사로 서로에게 봉사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순교자 기념


지난 만남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제가 한국 순교자 기념에 관한 특별한 사목적 배려라는 또 다른 주제에 주목하게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여러분이 한국 순교자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그 기억을 이 시대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롭게 전하기 위해 더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권유하십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지난 2014년 역사적인 방한 기간 동안 다음 내용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순교자들은 그들의 모범으로,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중요성에 관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줍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 증언의 순수성이었고, 세례 받은 모든 이가 동등한 존엄성을 지녔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대의 엄격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형제적 삶을 이루도록 그들을 인도하였습니다. ……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는 사회들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한국 순교자들의 유산은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역사를 풍요롭게 하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그들의 희생에 대한 생생한 기억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굳건히 하고 아직 그분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가까이 모시고 갈 중요한 사목적 교리적 기회가 됩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 정의와 화해를 위해 협력하고, 이 나라와 전 세계에 평화를 일구고 참된 인간 가치를 수호하는 데에 기여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6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의 승인으로 ‘천주교 서울 순례길’ 이 조성된 것은 상찬할 만한 일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각 교구에서 한국 순교자 성지 순례를 마련하여 이와 같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증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러분의 논의에서, 전국적 국제적 차원에서 협력하여 순례를 장려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정, 본당,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가톨릭 신앙에 따라 거룩한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현양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기도의 가치


끝으로, 교황 성하께서는 한반도에 안정된 평화와 지속적인 화해를 이루는 데에 더없이 소중한 기도의 가치를 저에게 되새겨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 줄 것을 청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표하시어, 성좌가 당사자들 사이의 성실한 대화를 증진하는 모든 외교적 시도에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치와 평화의 목표에 도달하려면 인간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의 설득 정책들이 수포로 돌아갈 지라도, 언제나 기도의 힘은 성공을 거둘 것임을 굳건히 믿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궁극적으로 주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는 정치 지도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열쇠입니다. 


한국에 주교좌성당을 비롯한 수많은 성당에서, 화해와 평화의 선물을 한반도에 주시기를 간청하며 오랜 세월 동안 정기적으로 미사성제를 거행하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탄할 만합니다. 비극적인 한국 전쟁이 발발한 날인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에, 1965년부터 계속해서 해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내 오는 노력은 매우 상찬할 만한 것입니다.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 회담을 생각하면, 우리는 기도의 불이 한층 더 타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주교님 여러분과 한국 교회 전체가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과 한국 순교자들께 번영의 미래를 간구하며 바치는 진심 어린 기도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동참합니다. 


주교님들께서 2019년 춘계 정기총회 의안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시는 이때에, 주한 교황대사관은 형제애와 깊은 존경으로 주교님 여러분과 함께하고 여러분께 지원을 아끼지 않음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풍성한 결실을 베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또한 한국 가톨릭 교회를 풍요롭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도록,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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