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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이렇게 되면 좋겠어요”… 평신도가 말하는 교회 - 10일, ‘신자들의 희노애락’ 주제로 평신도주일 미사 봉헌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1-12 17:16:01
  • 수정 2019-11-12 1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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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평신도주일을 맞아, 서울 인디톡에서 `신자들의 희노애락`을 주제로 평신도를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한국천주교회는 선교사에 의해 뿌리내린 것이 아니라 혹독한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을 지켜냈던 선조 평신도들이 세운 교회로 유명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는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새롭게 조명했고 1968년 한국천주교회에서도 대림 제1주일을 ‘평신도 사도직의 날’로 제정했다. 현재는 연중 제32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고 있다.


지난 10일 평신도주일을 맞아 서울 신촌에서 ‘신자들의 희.노.애.락’을 주제로 평신도를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선조 신앙인들의 희생과 용기로 뿌리내린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서 평신도인 우리는 얼마나 그 뜻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미사였다. 


이날 미사에서는 사제의 강론 대신, 신자들끼리 그룹을 나누어 각자 그리스도교 신자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기쁨(희), 분노(노), 슬픔(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교회의 모습(락)을 이야기했다. 



<희> 이럴 때 기뻤다 


좋은 천주교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하십시오! 라고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에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기쁨’을 나누는 그룹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교회 안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에 대해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었다. 


한 신자는 “좋은 천주교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하십시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기억하면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알고 따르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그 정신을 배우고 평신도로 살아간다는 것의 기쁨을 알고, 평신도로서 가져야 할 마음과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한 신자들도 있었다. 


10년 동안 ‘복사’를 하면서 느꼈던 기쁨을 소개하기도 하며, 이 자리에서의 미사와 믿음의 기쁨, 내 삶의 중심이 나라는 것을 깨달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가톨릭 찬양사도로 활동하고 있는 한 신자는, 시력을 잃고 난 뒤에 감사함을 깨닫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해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다.


<노> 이럴 때 화가 났다


교회에서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 외면당했다는 생각이 들 때 화가 났습니다.


신자로서 느끼는 ‘분노’를 이야기한 그룹에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보수화와 우경화 그리고 가톨릭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불통과 갈등을 대화로 풀기보다는 그대로 덮어버리는 폐쇄적인 모습에 걱정했다. 


또한 신자들이 진위를 따져보지도 않고 성직자나 수도자의 말만 듣고 한쪽 방향으로 행동 했을 때, 교회 안에서 주임 신부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 했는데 갈등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데만 급급해서 어떤 조치나 대화를 하지도 않은 채 ‘기도 하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화가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신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궁금한 것을 물어봐도, 사건의 영문을 물어봐도 아무 대답이 없을 때, ‘외면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자는 사제였던 친구가 파면을 당한 상황에서 자신이 활동했던 단체의 담당 사제가 ‘혼 좀 나야 해’라고 발언한 것을 듣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회 안에서 성직자의 전횡과 수녀를 하대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애> 이래서 슬펐다


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실천하기보다는 교회 유지와 번영을 위해 행동하는 것 같아 보여서 슬픕니다.


신자로서 느끼는 ‘슬픔’에 대해 나누었던 그룹에서는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뜻은 한 가지이지만 그 뜻을 해석하고 실행하는 것은 각자 달라서 분열이 일어나고 자기 뜻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슬프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실천하기보다는 교회 유지와 번영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3포 세대, 청년 실업 등 종교가 정치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대의 흐름에 슬픔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복과 감사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모든 일에 무감하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신앙을 가진 청소년들이 점점 줄어드는 교회 모습이나 신앙과 생활이 일치되지 못할 때 슬프다고 전했다. 


어려운 환경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면서 이웃에 따뜻한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락> 교회가 이렇게 되면 좋겠다!


낮은 곳에 임하는 교회, 사업을 하지 않는 교회, 평신도·수도자·사제 등 다양한 인적구성으로 이뤄진 ‘사제 인사위원회’가 있는 교회, ‘여성 사제’가 있는 교회가 되면 좋겠어요. 


신자로서 느끼는 ‘즐거움’을 나누는 그룹에서는 특별히, 신자들이 바라는 교회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교회가 변해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했다.  


‘낮은 곳에 임하는 교회, 사업을 하지 않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현재 교회의 사업은 높은 사람을 위한 사업에 치중되어 있다고 토로했다. 명동성당을 예로 들면서 대형교회, 쇼핑몰로 변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또한, 사제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전락하면서 사제들의 소명, 사명감이 부족해지고 그에 따라 사제들에 대한 존경심도 하락했다는 의견과 함께 본받을 수 있는 성직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왔다. 


각 교구마다 평신도, 수도자, 사제 등 다양한 인적구성으로 이뤄진 ‘사제 인사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서 사제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본당 안에서는 기념품을 제작하지 말고, 사제들의 영명축일에 과도한 물적 예물을 자제하고 친절한 교회가 되자고 말했다. 


한 신자는 “교회에 들어오면 사람들이 엄숙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임하다가 평화의 인사를 할 때만 웃는 것이 아쉽다”면서 평화의 인사 때만이 아니라 항상 친절하고 서로 먼저 인사하며 반가워하는 분위기가 교회에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누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자들의 기도를 주로 매일미사에 나오는 기도로 하게 되는데, 이런 획일적인 기도보다는 각 성당에 맞는 신자들의 기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으며 앞으로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고, 여성 사제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이번 미사는 평신도 개개인이 교회 안에서 느꼈던 솔직한 심정과 바람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공유하며 공감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 여럿이함께 협동조합 >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해 여럿이 함께 인문학 강좌와 시민사회운동을 진행하는 공동체로, 출판, 언론, 교육, 문화 운동을 하고 있다. 


‘여럿이함께 미사’는 매달 마지막 주일 오후 4시, 서울 신촌 인디톡에서 봉헌한다.



⑴ 복사 : 미사, 성체 강복 등을 거행할 때 사제를 도와 예식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봉사자. (천주교 용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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