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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에게서 ‘동학’의 얼을 보다
  • 지요하
  • 등록 2019-03-27 12:43:59
  • 수정 2019-03-27 12: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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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지역에는 태안문화예술 ‘곳간’<우리 동네>라는 공연 단체가 있다. 2016년 6월에 창단되어 이듬해 3월 예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충남연극제 무대에 연극 <꼬막이>를 올렸다. 이를 필두로 해마다 태안문화원이나 태안문화예술회관 무대에서 뮤지컬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2017년 9월에는 극단 <우리 동네> 안에 태안청소년뮤지컬 단체 <태안의 바람>을 창단하고, 그해 11월 창단기념작으로 뮤지컬 <할머니의 교복>을 태안문화원 아트홀에서 공연한 바 있다. 그 후 자연스럽게 태안청소년뮤지컬 <태안의 바람>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태안문화예술 ‘곳간’ <우리 동네>의 주축이 됐다. 

 

문화예술 ‘곳간’ <우리 동네>가 ‘횃불’을 들다


▲ 뮤자컬 <횃볼>의 한 장면 / 동학혁명에 참여한 소년 의병들이 출정가를 부르고 있다. ⓒ 지요하


<우리 동네>가 지난해 12월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린 뮤지컬 <횃불> 공연에는 외지에서 지원형식으로 참가한 소수의 전문 배우들과 지역의 성인들 외로 지역의 중/고생들이 대거 참여하여 무려 30여 명이 무대를 꽉 채우는 등 장관을 이루었다. 이들 중 아역을 맡은 어린이들도 두세 명 있었는데, 그 초교생들은 아쉽게도 외지에서 지원 받은 배우 지망 어린이들이라고 했다. 


공연 후 <우리 동네>를 창단한 가덕현 대표(태안여중 교사, 59)를 만나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키를 잡고, 한 손으로는 노를 젓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외지에서 온 소수의 전문 배우들과 배우 지망 어린이들, 지역의 직장인들과 여러 개 학교(태안중, 태안여중, 태안여고)에서 모인 학생들이 어떻게 그리 열정적으로 연습을 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2019년 ‘충남연극제’ 참가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여 2018년 12월 6일과 7일 태안문예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린 뮤지컬 <횃불>은 1894년의 갑오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갑오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은 충청도의 외진 곳 태안에서도 있었다.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가 북접(北接)동학군의 최초 기포지였다. 방갈리에 소재하는 태안화력발전소 안에 2015년 5월 ‘갑오동학혁명농민군기포지 기념비’가 건립돼 있기도 하다.


나는 갑오동학농민혁명 때의 처절하고도 피눈물 나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횃불> 출연진의 노고와 동학정신 발현이 가상하고 고맙기도 해서 아내와 함께 연이틀 두 번 저녁 공연을 관람했다.


관객이 공연장 객석을 꽉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관객이 많은 것에서도 스스로 위안을 받는 기분이었다.


뮤지컬 <횃불>은 갑오동학혁명 당시 ‘소년 의병’들의 궐기, 관군과 일본군에 대한 굳센 저항, 그리고 장렬한 최후 등을 노래와 대사로 표현해냈다. 또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선생 역을 맡은 전문 배우의 능숙하고도 준수한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족정기’를 상징하는 ‘횃불’은 오늘도 타오른다   


▲ 뮤지컬 <횃불> 출연진 / 뮤지컬 <횃불> 공연 후 청소년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했다. ⓒ 지요하


나는 뮤지컬 관람에 심취하듯 열중하면서도 배우들의 갖가지 동작들과 함께 펼쳐지는 노래와 대사들을 주의 깊게 들으며 일제 때 오랫동안 집요하게 시행되었던 ‘조선어 말살’ 정책의 실상을 잠시 떠올려보았다.


최근 가족과 함께 서산의 한 영화관에 가서 1942년의 ‘조선어학회사건’을 다룬 국산영화 <말모이>를 보기도 했지만,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은 1910년 ‘한일병탄’ 때 계획되었고, 1930년대 들어 모든 학교들에서 강력하게 시행된 일이었다. 


허리에 일본도를 차고 수업하던 일본인 또는 한국인 교사가 어쩌다 무심결에 조선어를 사용하는 학생을 발견하면 모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마구 폭행을 하는 일도 잦았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은 그대로 암흑세계였다.


일본이 이웃 나라를 지배하면서 수수만년 이어져 내려온 고유 언어와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세밀한 소리글자인 한글을 의도적으로 말살하려 한 것은 유일무이한 일로, 일본의 야만적인 근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었다. 일본이 아무리 문명국이요 경제대국이라 하더라도 남의 나라 말과 글을 없애려한 것만으로도 야만국임을 실증한 것이며 또 그것은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시기심과 열등감의 표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일본이 1894년 조선 동학농민군의 봉기를 진압하려 나선 것은 일본 역사에는 한 번도 없는 ‘민중역사’에 대한 시기의 발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조선 말엽의 갑오동학농민혁명은 1789년에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중사로 평가받고 있다. 민중 스스로 봉기를 일으켜 큰 변화를 일으킨 우리의 갑오동학농민 혁명은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위대한 민중사, 우리 역사의 거대한 산봉우리가 됐다.


<우리동네>의 뮤지컬 <횃불>에 출연해, 말 그대로 횃불처럼 열연했던 출연진과 스태프들(다수가 청소년들) 모두 동학혁명의 정기를 계승하여 우리 사회 시민운동의 역군으로 성장하기를 뜨겁게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함.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음.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 수상.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함.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창과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공동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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