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71년 전 일어난 제주4.3을 기억하며 평화를 되새기는 제주4.3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강론에서 프란치스코회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는 제주4.3이 일어난 배경과 과정을 되짚으며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수많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지만 학살의 주범들은 기득권 세력이 되어 진실을 가리고 이념 논쟁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신부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며 용산 전쟁기념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들어가면 선사시대부터 6.25전쟁까지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를 아름답게 미화시킨 채 슬프고 어두운 역사를 숨기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제주4.3과 관련해서도 민중들의 학살 상황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민중들의 반란, 무장봉기로만 기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와 중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전쟁과 내전, 핵 위협 속에서 평화에 대한 기다림은 끝이 없어보인다면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평화는 어떤 평화이길래 우리를 이렇게 슬프게 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신부는 함석헌 선생이 “하느님은 무한히 기다리는 자이시고 하느님은 기다림 그 자체이다. 잔혹한 듯 내버려두는 것은 내 속에서 겨울 꽃망울을 자라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며, “중요한 것은 참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모든 것을 아버지께 내어맡기며 완전한 순명과 가난의 삶을 보여주셨다며 “평화의 하느님은 온전히 자신의 것을 내어주신 완전한 가난과 약함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인은 강함보다는 약함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람들이다. 전쟁과 폭력을 사용해서 승리하려는 세상의 평화가 아니라 약함에 머물러있을 때 참다운 평화가 있음을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죄한 민간인 학살이 이 땅 어디에서도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폭력, 미움, 시기, 증오의 씨앗이 아닌 평화, 사랑, 용서, 화해의 꽃씨를 뿌려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미사에는 180여 명의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참석했으며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미사에 함께 했다.
한편, 이날은 제주4.3 71주년을 기념하며 낮12시부터 종단별 추모의례가 이어졌다. 불교 추모제와 원불교 위령제에 이어 천주교 추모미사가 봉헌됐으며 이튿날인 4일 천도교 위령식과 개신교 치유기도회가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