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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그 영원한 낯섬에 대하여 - [이신부의 세·빛] “그리스도인들이 부디, 낯선 증거에 도전할 수 있기를”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4-24 12:26:12
  • 수정 2019-04-24 12: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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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 사도 3,1-10; 루카 24,13-35



오늘 복음에서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부활하시어 하느님의 자리로 원대복귀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에게 부활에 대한 확신을 주시려고 여러 번 나타나셨는데, 그때마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셨습니다. 막달레나에게는 동산지기로, 어부 출신 제자들에게는 어부로, 박해자 사울에게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벼락치는 소리로 나타나기도 하셨는데, 오늘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는 나그네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나그네로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에 대해 실망하고 제 고장으로 돌아가고 있던 두 제자에게 느닷없이 나타나셔서는 마치 남의 일처럼 예수님에 관한 일들을 구약성경의 여러 말씀을 들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미 여러 예언자들에 의해 메시아의 수난이 예고된 바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걸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막상 현실에서 알아듣지 못한 제자들의 무지가 그래서 드러났습니다. 


나그네 예수님께로부터 말씀의 깨달음을 얻게 된 두 제자가 아쉬운 마음에 하룻밤 쉬어가시기를 청하자 그분은 엠마오 마을의 한 집에 들어가셔서 최후의 만찬에서처럼 빵을 떼어 나누어주셨고, 그리고 빵을 떼어 주시면서 ‘이는 내가 주는 빵’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최후의 만찬에서처럼 ‘이는 내 몸’이라고 말씀하셨을 것이고, 아마도 이 말씀에 화들짝 놀란 그 제자들이 그제서야 비로소 그분이 부활하신 그분이심을 알아보았을 것입니다. 


그분의 낯선 모습에서는 알아보지 못했던 제자들이 그분의 음성을, 더 정확하게는 그분의 진정한 말씀을 듣고서야 알아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후대의 교회는 오늘 복음의 이 엠마오 이야기를 전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일깨워주려는 아름다운 텍스트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늘상 전례를 거행하고 참석하면서도 그분의 현존을 알아차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전례 안의 현존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 오늘 독서에 나오는 사도들의 모습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뵈옵고 확신을 가지게 된 터에 불필요하게 유다교 당국과의 마찰을 빚지 않으려고 유다교의 기도 관습대로 성전에 올라가서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오후 세시라면 낮기도 시간이지요. 그런데 모태에서부터 불구자였던 사람이 성전에 들어가려는 두 제자에게 자선을 청했습니다. 자선을 베풀만한 돈이 수중에 없어서 그렇기도 했으려니와 두 사람은 이미 예전의 겁 많고 우유부단했던 제자가 아니었고 담대한 믿음으로 결기 있게 행동할 줄 아는 사도가 되어 있었기에 자선보다 더 큰 것을 주고자 했습니다. 이 말이 그 말입니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그러니까 아마 앉은뱅이 장애를 지니고 있던 사람을 걷게 만드는 치유의 기적을 베푼 것입니다. 이렇게 용감한 믿음을 증거하는 사도들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낯섭니다. 그런데 그 낯선 모습에서야 우리는 그들이 부활하신 그분의 증언자임을 알아봅니다. 그렇습니다. 


전례 안의 현존은 성사적 실천으로 옮겨질 때라야 비로소 부활 증언이 됩니다.


비록 세속적인 안목으로 보면 그리고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행태대로라면 낯설기 짝이 없는 모습일터이지만 예수님의 말씀과 삶, 가르침과 행동이 믿음으로 그대로 계승되고 재현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실천이 부활하신 그분을 증언하는 권위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부디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평소와 다르게 낯선 증거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 부활이 공생활에서 그분이 행하신 가르침과 선포가 진리임을 확인해 주는 것인 이상,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주저 없이 낯선 그 선포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면 오늘 사도행전의 독서 말씀은 전례용이 아니라 일상용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례 안의 현존으로 힘을 얻어서 생활 안의 현존으로 도약하는 것이지요. 그러할 때 어쩌면 세상 사람들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부활하신 그분을 뵙게 될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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