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정치, 사회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가톨릭교회에서 극단적인 보수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19명의 사제와 신학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면서, 교회 안의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Reuters >에 따르면, 이번 ‘교황 이단 선언’을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에이든 니콜스 영국 도미니코회 신부(70)로 알려졌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악의 위기가 일어났으며, 우리는 이로 인해 발생한 지속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 동성애, 개신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을 ‘반대’하는데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는 논거를 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선언문은 극우 가톨릭매체 < LifeSiteNews >에 의해 공개되었으며, 이 매체는 지난해 전 주미 교황대사를 지낸 고위성직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캐릭 사태를 모두 알고도 무시했다’며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공개한 매체이기도 하다. 당시 언론들의 검증 보도에 따르면, 해당 고위성직자의 주장은 대부분 확인 불가능한 것이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심지어 < LifeSiteNews >는 국제팩트체크네트워크 < Poynter >가 선정한 ‘신뢰할 수 없는 뉴스웹사이트 목록’(An index of unreliable news website)에 ‘편중’(bias), ‘어뷰징’(clickbait) 등의 이유로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단 선언문을 발표한 이들은 특히 2016년 가정에 관한 시노드 이후 발표된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 내용을 비난하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성직자들이 낙태나 동성애에 긍정적으로 발언했다고 주장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격했다.
이들은 2018년 젊은이 시노드(제15차 세계주교대위원회) 개막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악마 예식 때 사용하는 ‘스탱’(stang) 모양의 지팡이를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도를 살펴보면, 2018년 10월 3일 젊은이 시노드 개막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양이 독특한 사목 지팡이(ferula)를 들고 나왔다. 이 지팡이는 머리 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두 갈래 사이로 못이 박혀있는 형태였다.
확인 결과, 이 사목 지팡이는 같은 해 8월 ‘로마로 가는 천 가지 길’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로마 순례성지에 참여한 순례자들을 대표하여 두 젊은 이탈리아 여성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선물을 전달한 엘레나(Elena) 씨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우리는 모든 길에 그분의 지팡이가 필요하며, 특별히 이번에는 교황님께 통나무에서 깎아 만든 지팡이를 드리고자 한다”며 지팡이 머리 모양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찢어진 마음은 작은 씨앗을 품고 있었으며, 이 씨앗은 죽어 열매를 맺고 우리의 희망이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이 지팡이 모양을 두고 두 갈래로 갈라진 모양이 악마의 뿔을 상징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 Catholic News Service > 스페인어판에서도 당시 이 지팡이에 대해 보도하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상징하는 나무 지팡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두 번째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단이라고 규정한 사제와 신학자들은 2018년 젊은이 시노드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징인 무지개 색깔의 십자가를 착용했다고 지적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확인 결과, 라틴아메리카주교협의회(CELAM)가 2019년 파나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제작한 ‘라틴 아메리카 젊은이들의 사목 십자가’(Cruz de la Pastoral Juvenil Latinoamericana)로, 라틴 아메리카 청년사목 로고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각각의 색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대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