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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성직자 성범죄 다룬 다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 강재선
  • 등록 2019-05-28 14:48:33
  • 수정 2019-05-28 15: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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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성범죄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텔 노 원’(원제 : Tylko Nie Mów,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이 지난 11일 공개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며칠만에 유튜브에서 2천만 번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화제가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공개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폴란드 그니에즈노 대교구장 보이치에흐 폴락(Wojciech Polak) 대주교는 성명을 발표하고 “내가 직접 만났던 피해자들의 비극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며 “교회 구성원에 의해 가해진 모든 상처에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폴락 대주교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포즈난 대교구장이자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 스타니스와프 공데스키(Stanisław Gądecki) 대주교 역시 성명을 내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이들이 겪은 피해는 그 어떤 것으로도 배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분명 아동성범죄의 더욱 강력한 처벌에 기여할 것이며, 교회 안에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6일 폴란드 국회에서는 아동성범죄 최고 형량을 늘리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아동성범죄 근절 움직임에 동참했다.


피해자들이 직접 가해자 찾아가 자백 받는 장면 담겨

수도회 차원에서 은폐한 정황도 지적


▲ 다큐멘터리 < Tylko Nie Mów > 중


다큐멘터리에는 어린 시절 성직자들에 의해 성폭행 당한 이들이 성인이 되어, 은퇴하거나 늙어버린 가해자를 찾아가 이들의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이 담겨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거나 심지어는 금전적 합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에서 가장 큰 성당이자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성당으로 알려진 리헨 성모 대성당(Basilica of Our Lady of Licheń)을 건축한 마리아 수도회 소속 에우게니우스 마쿨스키(Eugeniusz Makulski) 사제의 만행과 이를 감싼 수도회 측의 은폐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수도회 측에서는 마쿨스키 사제가 정직 상태이며 모든 범죄 증거가 교황청으로 전달되었다고 해명하며 “교회 사람이 저지른 아동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우리에게도 깊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마쿨스키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보내온 증언에 따르면, 그는 현재 사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서면 증언을 통해 “내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기묘하다. 내가 사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이제는 내가 나처럼 고통을 받은 모든 이를 도와야 할 사제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는 폴란드 가톨릭교회가, 조직적으로 가해 성직자 또는 가해 혐의를 받는 성직자들을 다른 교구로 전출시켜 이들을 은폐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이러한 전출을 통한 가해자 은폐는, 대표적으로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도 이미 폭로된 바 있다


전출을 통한 성범죄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로는 그단스크(Gdańsk) 대교구장 레세크 구치(Leszek Głódź) 대주교다. 다큐멘터리는 구치 주교가 성범죄 의혹을 받은 사제에게는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면서도 피해자들에게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고 묘사했다.


다큐멘터리 공개 전, 사제 2명 면직·2명 정직 등 파장 잇따라


미국 가톨릭매체 < Crux >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공개 전 2명의 사제가 면직되었고, 다큐가 공개된 이후에는 환속을 요청한 사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2명의 사제가 정직 처분되었다.


이와 관련해 오는 6월 칠레 성직자 성범죄 해결에 큰 역할을 한 신앙교리성 차관보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는 폴란드를 방문한다. 시클루나 대주교의 폴란드 방문은 다큐멘터리 방영 수 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며, 폴란드 주교들과 함께 성직자 성범죄 관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폴락 대주교는 시클루나 대주교에게 다큐멘터리 링크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를 통해 시클루나 대주교가 폴란드 가톨릭교회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대표적인 가톨릭국가로, 인구 85%가 가톨릭 신자이며 매 주일마다 1,200만 명의 신자가 교회에서 미사를 봉헌할 정도로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크다. 전임 교황 가운데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폴란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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