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05차 2019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을 공개했다. 오는 9월 29일에 기념하게 되는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을 기념하는 담화 주제는 ‘이민자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이다.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피난의 문제가 이들 각자의 개인적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수용하는 공동체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분쟁, 전쟁, 불의와 차별,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받은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선진화된 사회에서는 강한 개인주의가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무관심의 세계화”가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가) 난민, 이주민,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사회악의 원인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판단을 덮어씌워 이들은 소외의 상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우리 자신과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들을 돌보며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숨겨왔던 우리의 일부분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 끝에 앉은 이를 맨 앞에 앉히는 일
우리 시대의 악하고 비열한 말들이 이방인, 소외받은 이들, 외국인과 같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공포심을 강화시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와 난민에게 느끼는 공포에 대해 이 같이 지적하며 “의심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해 우리가 관용이 없고, 폐쇄적이며, 심지어는 자신도 모르게 인종차별적인 사람이 될 정도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영향을 받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2018년 세계 이민자의 날 미사 강론 때와 마찬가지로 “공포는 타인, 즉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과 능력을 앗아가고, 따라서 주님과 만날 기회를 앗아가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늘날의 세상은 매일 더욱 엘리트 중심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소외받은 이들을 더욱 잔혹하게 대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들은 일부 우위를 점한 시장에 의해 자연 자원과 인적 자원을 매일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제를 일삼는 개발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는다”면서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보잘 것 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 가장 약한 이들이며, 이들은 식탁에 앉지도 못한 채 식탁의 ‘빵 부스러기’만 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피난 문제가 “맨 끝에 앉은 이를 맨 앞에 앉히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신조는 ‘맨 끝 사람부터!’”라고 말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개인적 이득이나 자기 집단의 이득을 위해 타인을 배신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속세의 논리에 굴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계신 것”이라며 “복음의 논리 안에서는 맨 끝에 앉은 이가 첫 번째요 우리는 그들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조차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자비와 자애 실천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숭고한 ‘자애’란 이를 똑같이 되갚을 수 없는 이들, 심지어는 감사조차 할 수 없는 이들에게 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일을 서로 하나씩 주고받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루카 10, 33)는 구절을 들어 이민·피난 문제가 인류 전체의 문제임을 이야기했다.
교황은 “유대인들에게는 이방인이었던 이 사마리아인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자비였고, 이는 이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자비는 우리 인류의 심금을 울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웃이 되고자 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이민·피난, 전인적 인간발전 문제이자 인류 전체의 문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피난 문제가 “한 사람의 문제이자 모든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모든 정치행위, 프로그램, 사목행위 중에 우리는 언제나 영적 측면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을 지닌 인간 전체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것이며, 인간에게는 근본적 평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전 이민·피난 담화들에서 언급했던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라는 네 개의 동사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는 존재의 변방에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명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난민 문제가 “결국 이민자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며, 인류 전체의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