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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유럽 소수민족에 “용서해달라”
  • 끌로셰
  • 등록 2019-06-04 15:18:16
  • 수정 2019-06-04 22: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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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지난 달 31일부터 2일까지 이어진 루마니아 순방 마지막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에 위치한 블라지(Blaj)에서 유럽 소수민족인 롬(Rom)족 공동체를 만났다.


롬족은 로마니어(Romani)를 사용하는 민족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2012년 유럽 의회는 롬족 인구를 약 1,200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중세 때 유럽으로 유입된 오래된 이민자임에도 불구하고, 롬족은 19세기와 20세기 서방 국가들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외부인’으로 분류되었고, 특히 유럽 등지에서는 유랑민으로 분류되어, 온갖 근거 없는 고정관념과 차별을 겪어왔다. 


롬족 대부분은 현재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국가의 시민권을 얻어 정착 생활을 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많은 롬족이 살고 있는 곳은 루마니아다.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CoE)의 2002년 집계에 따르면, 루마니아에는 최소 50만 명에서 최대 180만 명의 롬족이 살고 있다. 인구수 집계가 불명확한 것은 롬족 스스로가 유럽 내 차별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Vatican News >에 따르면 종교적으로 루마니아 롬족 대부분은 동방정교회로 분류되지만, 로마가톨릭교회로 분류되는 인구도 상당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오랫동안 차별을 당해온 롬족에게 가장 먼저 “그리스도교회에서는 모두에게 자리가 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이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만남의 장소이며 우리는 이를 보기 좋은 문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임을 보이는 신분증으로서 늘 마음에 새겨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롬족이 당한 차별의 역사 앞에서 “마음이 무겁다”며 “가톨릭 신자들을 포함한 그리스도인들 역시 차별, 분리, 학대와 같은 악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나는 여러분께 이를 이유로 용서를 청하고 싶다”며 “교회와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께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여러분을 차별하고 학대하며, 여러분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여러분의 고유함을 지켜주지 못한 모든 시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이 용서를 청하며 “누구 하나라도 버려지면, 인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거나 고정관념을 갖기 전에, 그 사람 자체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인도 아니거니와 좋은 인간도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롬족에게도 “여러분들이 한 민족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며 “여러분의 역사를 만든 눈부신 선물을 나누고 베풀기를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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