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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인재를 당신의 도구로 쓰는 방식 - [이신부의 세·빛]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쓰일까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6-07 14:41:58
  • 수정 2019-06-07 14: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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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7주간 금요일 : 사도 25,13ㄴ-21; 요한 21,15-19


▲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성 베드로의 부인」(La Negazione di san Pietro, 1610)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


성령 강림 대축일을 앞두고 오늘 복음과 독서의 하느님 말씀은 하느님께서 어떻게 인재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는지, 그 방식을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였던 베드로는 신앙고백에 있어서 용감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생명의 빵에 대해 가르치실 때 이를 듣던 군중이 떠나가고 제자들마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자, 예수님께서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하고 물으시며 결단을 재촉하시자 다른 제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동요하고 있었지만 베드로만이 용감하게 나서서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어디를 찾아가겠습니까?”


그러던 그가 예수님께서 체포되실 무렵에는 비겁하고 유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나머지 제자들이 다 도망쳐 버렸지만 베드로는 멀찌감치 도망을 치지도 못하고 그분에 대한 재판이 열리던 대사제 관저 앞마당에서 얼쩡대다가 의혹어린 시선과 질문을 받자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대답을 하고 만 것이지요. 그것도 세 번이나 말입니다. 수제자로 신임을 받아서 천국의 열쇠까지 수여받은 처지에 배신을 하다니, 이런 대죄가 없었습니다.


이런 비겁한 유약함의 모습 속에는 충직함과 불같은 성격도 감추어져 있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세 번의 부인 횟수에 맞추어 세 번의 질문을 하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신앙고백을 맨 처음 나서서 했던 태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밑바닥에 깔고서 배신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베드로의 리더십을 회복시켜주시려는 듯 그의 대답을 들으신 후에 “내 양들을 돌보아라.”하시며 사목의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셨습니다. 


공생활 중에나 부활하신 후에나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당신의 제자로 삼으시려는 뜻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렇듯 전폭적인 예수님의 신임에 힘입어 베드로는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스승께 충실했고 양떼를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현세나 내세에서 천국의 문지기 역할도 하고 있는 겁니다.


스승을 따르는 신자들을 박해했던 바오로


베드로의 빛과 그림자 못지않게 바오로의 빛과 그림자도 크고 짙었습니다. 베드로가 스승을 부인했던 전과가 있다면 바오로는 스승을 따르는 신자들을 박해했던 전과가 있습니다. 그런 그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가로막으시고 돌려세우셨습니다. 벼락을 맞아 죽을 뻔했던 바오로는 눈이 멀었다가 사흘만에 예수님께서 보낸 코르넬리오의 기도를 받고서야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도 십 여년 동안 자신의 인생 역정과 성경 지식, 조상들의 전통 등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드디어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론을 내리고서도 차마 나서지 못하던 그를 사도단에 소개하고 신원보증을 한 인물이 안티오키아 교회를 책임지고 있던 바르나바였습니다. 성령께서는 이 바르나바와 바오로를 따로 세우게 하신 다음 소아시아와 유럽에 복음을 전하기 위한 일꾼으로 삼으셨습니다. 이러한 성령의 원대한 계획을 식별할 수 있었던 바오로는 세 번에 걸친 선교여행이 끝날 무렵 옛 동지였던 바리사이 유다인들이 자신을 고발하여 선교활동을 못하게 막으려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로마 시민권을 이용하여 로마 황제에게 제소했습니다. 로마에서 재판을 받음으로써 공개적으로 로마 제국의 심장부에서 복음을 전하겠다는 심산이었던 겁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어떻게 쓰실까?


결국 이러한 바오로의 구상이 맞아 떨어져서 비슷한 시기에 역시 로마에서 십자가형으로 순교한 베드로와 함께 로마는 그 후의 역사에서 그리스도교의 중심이 되었고 유럽 대륙은 물론 세계로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활동의 본산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베드로와 바오로를 쓰시는 하느님의 방식이 놀랍습니다. 각자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특성과 약점, 장점과 단점까지도 모두 활용하여 당신의 도구로 쓰십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자명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어떻게 쓰려 하고 계시는 걸까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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