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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흩어져 사는 토박이 지지자들의 도움
  • 이기우
  • 등록 2019-06-11 18:31:35
  • 수정 2019-06-11 18: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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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 사도 11,21ㄴ-26.13,1-3; 마태 10,7-13



자칫 불안해 보이는 상황에서 

대단히 역동적인 과정으로


오늘은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입니다. 성령 강림 이후 다시 시작된 연중 시기에 바르나바 사도의 삶을 기억하려는 교회는 복음이 전해지는 다양한 경로 중에서 유력한 하나의 길을 제시합니다.


이스라엘에서 갈릴래아 지방 주민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여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던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체험하거나 목격한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서나,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시면서 일으키신 정화 사건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점차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으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복음선포 여행에 줄곧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들었던 이들 가운데 열두 명을 골라서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이 열두 제자를 사도로 양성하시던 중에 방방곡곡으로 파견하면서 현장체험도 시키는 한편 당신의 복음을 듣고 살던 곳으로 되돌아간 토박이 지지자들의 도움도 받아 더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중에서 선포하라고 일러주신 메시지는 당신께서도 선포하셨던 메시지이고,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하시며 일러주신 임무 역시 당신께서도 복음선포의 일환으로 수행하셨던 임무였습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요구하신 자발적이고 철저한 가난의 자세 역시 당신의 평소 생활양식 그대로였습니다. 


그래도 복음선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몇몇 여인들이 자발적으로 시중을 들어주었기도 했는데, 곳곳으로 파견되는 제자들도 전국에 흩어져 사는 토박이 지지자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어떤 고을이나 마을에서도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어 떠날 때까지 머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그런 현실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렇게 복음선포는 자칫 불안해 보일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대단히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셨고, 또 함께 하시는 성령께 의탁하는 마음이 철저했기에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졌으리라고 봅니다.


복음선포의 역동성이 극대화되어


바르나바는 키프로스의 디아스포라에 살던 유다인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에 예루살렘 성전에 순례하러 왔다가 사도들이 선포한 복음을 듣고 신자가 되었습니다. 사도들의 설교를 듣고 전 재산을 바쳤을 뿐만 아니라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들을 정도로 “목숨을 내놓고” 열성적으로 신앙생활을 하였기에 안티오키아 교회를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랐을 것입니다.


예수님께로부터 양성 받은 대로 역동적인 복음선포 활동을 사도들이 전개하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인재가 바로 바르나바였습니다. 그 바르나바가 안티오키아 교회를 지도하다가 바오로에 관한 소문을 들었던지, 고향인 타르수스에서 지내고 있던 바오로를 데리고 와서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봉사도 하게 하다가 예루살렘에 있던 사도단에게 소개도 시켜 주었습니다. 말하자면 신원보증을 해 준 셈입니다.


바오로에게 숨겨진 역량과 카리스마가 이때부터 빛을 발합니다. 안티오키아 교회에 교직을 맡아 봉사하던 인물들이 여럿 있었지만, 성령께서 바르나바와 바오로를 따로 세워 소아시아와 유럽에 복음을 전할 무척 어려워 보이고 낯설기 짝이 없는 선교사명을 맡기기로 한 것입니다. 이 사명은 열두 제자가 토박이 지지자들이 살던 곳곳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하던 파견활동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양성 받은 복음선포의 역동성이 바르나바와 바오로에 와서는 더욱 극대화된 셈입니다.


바르나바 없이 바오로가 나설 수 없고,

바오로 없이 그리스도교의 세계화는 있을 수 없다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소아시아 일대를 돌아다니며 복음을 선포하는 일정에서도 예수님께서 일찍이 제자들에게 당부하셨던 파견수칙은 엄수되었습니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는 일은 기본이고, 앓는 이들을 고쳐주거나 죽은 이들을 일으켜주며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는 일을 하면서 아무 대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돈도 지니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생활과 활동에 필요한 자금은 천막 만드는 힘든 노동을 하면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처지를 궁색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도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삼았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열두 사도들에 이르는 복음선포의 파노라마는, 갈릴래아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 그리고 여기서부터 소아시아와 유럽으로까지 펼쳐지는데, 여기서 바르나바는 사도들과 바오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낸 인물입니다.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그였기에 가능한 임무였고 역할이었습니다. 바르나바 없이 바오로가 나설 수 없었고, 바오로 없이 그리스도교의 세계화는 있을 수 없었음을 생각해 보면, 바르나바는 성령의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복음이 전해지는 이러한 역사적 경로가 향후 민족 복음화와 북방 선교에 있어서도 나타나자면, 우리 교회도 성령께 의탁할 수 있는 자세로 복음선포의 역동성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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