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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교육부처, 성 정체성 교육 관련 문건 논란
  • 끌로셰
  • 등록 2019-06-12 16:42:12
  • 수정 2019-06-13 10: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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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과 여성 그분께서는 이들을 창조하셨다 - 교육 분야의 젠더 이론 문제에 관한 대화의 길」(Male and Female He Created Them - Towards a Path of Dialogue on the Question of Gender Theory in Education) (사진출처=Vatican News)


교황청 산하 가톨릭교육성(Congregation for Catholic Education)이 가톨릭 교사들의 성 정체성 관련 교육 문건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건의 의도나 목표가 불분명하고, 그 내용마저 서로 상충되는 대목들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문건이 성 정체성이나 제3의 성 등 현대 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성(gender)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해외 가톨릭 성소수자 단체의 반발도 일고 있다. 


< Reuters >에 따르면 이 문건은 발표 예정도, 통상적 언론 기자회견도 없이 갑작스럽게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젠더 이데올로기’ 비판?… 젠더 이데올로기가 뭐길래


이번 문건의 제목은 「남성과 여성 그분께서는 이들을 창조하셨다 - 교육 분야의 젠더 이론 문제에 관한 대화의 길」(Male and Female He Created Them - Towards a Path of Dialogue on the Question of Gender Theory in Education)이다. 


문건의 핵심은 “보통 ‘젠더 이론’으로 불리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다. 


가톨릭교육성은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와 무관한 개인의 정체성과 성적 감정을 부추기는 교육 계획과 법률 제정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가톨릭교육성은 ‘젠더 이데올로기’와 ‘학문이 수행해온 젠더 연구’를 구분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빌려 “젠더 이데올로기는 스스로를 절대적이고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며, 심지어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야 하는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젠더 이데올로기’는 실체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어떤 교육기관에서도 특정 젠더를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그 예로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트디부아르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을 들 수 있다. 당시 교황은 한 프랑스 가정의 이야기를 꺼내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자 ‘여자’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개인이 그러한 성향이나 선택을 하는 것과 개인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의 발언 직후 당시 프랑스 교육부 장관 나자 발로-벨카셈(Najat Vallaud-Belkacem)은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프랑스 가톨릭 전통주의자들이 이끄는 대규모 가짜뉴스 운동의 피해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하며 “직접 프랑스로 와서 프랑스 교사들을 만나 직접 교과서, 교육 계획을 살펴보고 어디에 그런 젠더 이론이 있는지를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젠더 이데올로기’로 지목된 내용


이번 가톨릭교육성 문건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로 지목된 내용은 “젠더를 선택할 개인의 권리”와 “남성과 여성의 혼인에 반하는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결합”에 대한 비판이다. 


가톨릭교육성은 이러한 요구가 “개인의 자유를 매우 강조한, 지극히 사회학적인 성적 차이의 해석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성 정체성과 관련한 연구들이 “성적 정체성이 자연적 또는 생물학적 사실보다는 사회적인 관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1990년대 초에 들어서는 남성-여성 관계의 상호보완성 또는 성의 생식 목적과 무관하게 개인이 성적 경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데 (젠더) 연구가 집중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성(sexuality)과 젠더(gender)가 구분되면서 “더 이상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적 차이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율적으로 여겨지는 개인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는 다양한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s)간의 구분의 기원이 되었다”며 “게다가 젠더 개념은 각자의 주관적 마음가짐에 달린 것으로 여겨져, 각자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상응하지 않는 젠더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교육성은 젠더 구분을 비판하면서도 젠더 교육에도 “모든 불의한 차별을 퇴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성에 근거한 여러 차별들로 인해 “예수께서 선포하신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존엄이라는 진실을 가로막는 경직된 상황이 생겨났다”고 인정했다.


이외에도 가톨릭교육성은 “어느 누구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의) 개별적 특성으로 인해 따돌림, 폭력, 모욕, 불의한 차별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개인의 특수성과 차이를 존중하도록 아동을 교육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생물학적 차이에 기반한 본성(nature) 개념을 없애버리려는 목적?


논란을 불러온 또 다른 대목은 “성 정체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경우 부모나 사회가 임의적 선택을 해서는 안 되며 의학 전문가가 치료에 나서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이외에도 가톨릭교육성은 “이러한 젠더 이론 또는 이데올로기가 생물학적 차이에 기반한 본성(nature) 개념을 없애버리려는 목적이 있다”며 “성적 정체성을 인식하는 과정이 ‘성 중립’(gender neuter) 또는 ‘제3의 성’(third gender)으로 알려진 공상적 개념에 의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는 한 개인의 성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조적 결정요인이라는 사실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는 생물학적 성과 자신의 성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 LGBT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977년 설립된 북미 가톨릭 LGBT 신자들과 제도 교회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온 연대 단체 ‘뉴웨이즈 미니스트리’(New Ways Ministry)는 해당 문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문건이 담고 있는 거짓 정보는 가족들로 하여금 자기 아이를 버리게 만들고 LGBT가 교회로부터 더욱 격리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웨이즈 미니스트리는 “바티칸 주장대로 젠더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젠더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교회는 이러한 발견 과정이, 개개인이 하느님이 자신을 어떻게 창조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격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LGBT의 권리와 목소리를 위해 힘써온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예수회 사제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문건은 철학자와 신학자들 및 교회 문건을 참고한 대화다. LGBT는 물론이요, 과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와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이 문건이 실제 경험이나 연구 분야의 성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문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명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교황의 입장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⑴ LGBT :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따서 LGBT라고 한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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