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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하는 참 뜻
  • 이기우
  • 등록 2019-06-15 1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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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간 토요일 : 2코린 5,14-21; 마태 5,33-37



진실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


그제와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십계명을 대치하는 사랑의 계명에 대한 복음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8계명은 거짓 맹세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서, 이는 단순히 거짓말을 금지하는 것뿐 아니라 말이든 글이든 공동체의 의사소통을 진실에 바탕하여 이루라는 적극적인 뜻으로 나아갑니다. 그것이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라고만 하라는 말씀의 뜻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언론 환경이 발달해서 이제는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력의 소유자들이 언론을 장악해서 여론을 조작하려는 일은 쉽게 차단될 수 있는 반면에 언론의 수용자들 사이에서 조작한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역시 의사소통의 진실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는 겁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예수님께서는 한처음에는 하느님과 함께 천지를 창조하셨고, 세상에 오셔서는 하느님 나라의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그분이 전해주신 소식은 진실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온전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수행하신 이 복음선포의 역할을 제자들로 이루어진 교회에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따라 교회도 세상에 말씀을 전하는 소명을 받고 있습니다.


하나마나한 고리타분한 메시지로는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없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시작하시고 교회를 통해서 계속하시려는 역사적 사명이 바로 하느님과 인류의 화해임을 말합니다. 화해의 사절로서 교회는 진실된 메시지를 인류에게 전해야 할 뿐 아니라 교회의 실천 행동은 물론 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의 삶 전체가 진실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글이 진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앙 공동체로서 우리 교회가 세상에 대하여 외치는 메시지 또한 시대의 징표를 담은 진실한 그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나마나한 고리타분한 메시지로서는 동시대인들의 마음에 아무런 울림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전해야 할 메시지, 또 가장 중요하게 보고 들어야 할 메시지는 아무래도 공정함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공정의 사회현실로 인해 양극화가 더 벌어지고 갑질 횡포에 시달리며 고통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하늘을 찌르는 이 시대에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자면 공정함을 회복하기 위한 사도직으로써 교회가 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도직 활동을 통해 섬김의 자세를 세상에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라고 말하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하느님께서는 갈수록 죄악을 저질러 당신과 멀어져만 가는 인류와 화해하시기 위해서 당신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세상에 보내시되 그래도 가장 당신의 말씀을 알아들을 것 같은 이스라엘 땅에 유다인으로서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유다인으로 태어나신 예수님께서는 장성하실 때까지 유다인의 전통과 율법을 배우셨고 그들의 희망과 고통을 일일이 다 경험하셨습니다. 이것이 육화라고 부르는 강생의 신비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에서 세상과 화해하고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이는 십자가의 길을 세상 속에서 걷는 일이야말로 하느님께서 화해의 도구로 우리를 쓰실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강생과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도 비로소 예수님을 보고 하느님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대하여 말하는 방식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도 권고하기를,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세상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교회만의 전통적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말하고자 하면 세상은 알아듣지 못하여 결국 외면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속된 기준으로 그리스도를 이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먼저 세상의 그 속된 환경을 성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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