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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무역전쟁이 우리 탓이라고? - [휴천재일기] 2019년 7월 2일 화요일, 맑음
  • 전순란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05 17:26:36
  • 수정 2019-07-05 17: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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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일 화요일, 맑음



모처럼 하루를 뒹굴며 코엘료의 소설을 읽었다. 긴장을 풀고 쉰다는 게 주목적이었는데, 어제 차를 몰며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이 걸렸는지 머리가 쑤셨다. 또 어젯밤 오빠네 집에서 농익은 자두들 버리기 아까워 허겁지겁 주워먹은 게 탈이 났는지 밤새 속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과 내일 이틀간 미루네 효소로 절식을 하기로 하고 보스코에게만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주었다.


하지만 실은 내가 노는 꼴을 못 보는 내 몸이 심술을 부린 것 같다. 보스코가 명치 끝에 기를 넣어주고 오후에 일어나서 마당에 풀을 뽑고 화초에 물을 주고 나니까 어디가 아팠는지 기억도 없다. 역시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하고 전순란은 일을 해야 산다.


서울집 동쪽 울타리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올 봄에 종호 서방님이 와서 전문가답게 가지치기를 해줘선지 몸단장 잘한 새색시처럼 자르르 가지를 드리우며 빛나게 피었다. 담 밖에 나가 꽃사진을 찍는데 건넛집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얼마 전 손 수술 했다는 얘기를 들은 터여서 안부를 물으니. 손가락 끝에 가시가 박혔는데 그게 곪아 집에서 자기 손으로 가시를 빼내면서 탈이 났단다. 손바닥을 갈라 수술을 해야 했고 팔목까지 부기가 올라오는데 한 달 반 넘게 고생했단다.



너댓 병원을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병명이 다르고 치료가 다르더니 마지막 한전병원에서는 결핵균감염이라며 약까지 주더란다, 최소 6개월은 먹어야 하고 어쩌면 평생 먹어야 한다면서. 다행히 달포에 병은 잡혔으나 ‘손바닥에 결핵균이 들어갔다’는 말은 지금도 못 믿겠단다. 의사들이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닥치는 대로 약을 준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단다.


나도 10년 전 선풍기 날개에 엄지손가락 밑 손바닥을 크게 다친 적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불편하고 아프다. 그날 선풍기 날개를 닦아서 끼우고 망을 닫기 전 스위치를 누르는 바람에 손바닥이 쫘악 갈라졌다. 진이엄마가 날 싣고 급히 읍으로 나갔다.


병원당직을 보던 사무장이 나서서 열 바늘 쯤 꿰매는데 하도 적당히 해주는 것 같아 ‘신경과 핏줄은 잇지 않아도 되나요?’ 물으니 ‘우리 병원엔 현미경도 없고 전문의도 없어요. 또 이런 부위는 되는대로 꿰매도 시골 살며 농사짓는 데는 별지장 없어요. (더는 못해주겠으니) 원하면 진주경상대병원으로 가요.’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그 손 그 부위는 참 불편하다.


지구상에 가장 천박한 민족을 꼽으라면 난 서슴없이 바로 옆나라를 꼽겠다. 하나하나를 만나면 예의바르고 남에게 폐 안 끼치고 공손한 게 일본인이다. 그런데 집단으로는 저렇게나 염치없고 잔인하고 돈에 밝은 민족이 있나 싶은 게 그 사람들 같다. 박근혜 친일정부가 위안부 문제 덮어주기로 조약을 맺었고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를 양승태 사법부가 묵살해왔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며 사정이 달라졌다. 조선인들을 강제징용하여 부려먹은 일본 회사가 보상해야 한다는 우리 사법부 판결이 나왔다.


▲ 경향신문 만평 (사진출처=경향신문)


그러자 아베가 트럼프랍시고 한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한국 경제 가장 아픈 곳 어딘가?” 두 달 전부터 보복을 준비했다는데 홍준표의 자유한국당은 정말 기막힌 멘트를 내놓았다. “한일관계 경색은 ‘좌파 갑질 정책’ 탓”이라며 “이렇게 나라가 망하는 와중에 무슨 ‘판문점 쇼’를 했느냐?” 정치를 잘 모르는, 나 같은 가정주부도 하도 기가 막혀 ‘저 사람들은 뿌리까지 친일집단이구나! 철두철미 사대주의자들이구나!’ 탄식하게 된다.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여인들의 비극에, 강제징용당한 남자들의 비참에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일이 ‘좌파의 갑질’이라고?


저 정당의 태도나 저런 정당을 지지하는 무리는 오래 전 우리 옆동네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킨다. 밤늦게 귀가하던 처녀가 건달들에게 ‘당했다.’ (지금은 그 골목이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되어 있다) 동네 건달들이 누군 줄도 알고 피해자도 그들 얼굴을 기억한다는데도 처녀 부친은 “다 큰 년이 밤늦게 돌아다니까 당하지!”라며 가엾은 딸한테만 주먹을 휘둘렀다. 왜 범인들을 고발 않느냐는 이웃한테는 “무슨 자랑이라고? 소문내서 우리 집안 망신시킬 일 있느냐?”며 되레 고함을 질러댔다!


이 기회에 우리 국민이 각성하여 일본에 대한 환상을 깨고 내년 총선에서 우리 사회에 아직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친일파 청산의 기회를 삼으면 좋겠다. 이제 제발 굴욕적으로 그만 살고 인간으로서 자존심 좀 갖고 살자!!!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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