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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비밀, 하느님을 향한 파스카 - [이신부의 세·빛] 인문학적 상상력과 신학적 상상력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12 16:04:01
  • 수정 2019-07-12 18: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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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간 토요일 : 창세 49,29-31.33; 50,15-26ㄱ; 마태 10,24-33



물질문명의 진화와 인간관계의 진화


현대 문명사회가 의존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정보처리의 혁명에 의한 것이며 그 결과물로 출현한 것인 개인용 컴퓨터라고 하는 PC와 스마트폰입니다. 이진법을 사용하는 정보처리기기들이 이렇게 진화하기까지는 대단히 많은 정보를 0과 1의 숫자로 바꾸어 반도체라고 하는 작은 칩에 저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초정밀집적기술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결정적으로 5G시대에 이르기까지 정보처리 기술 진화 과정에서 두 가지 도약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는 이진법만 아는 컴퓨터에 이진법적 명령어를 내려야 하던 기계 언어를 건너뛰고 마우스라고 손놀림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든 사고혁명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를 만든 빌 게이츠라는 사람이 이 혁명을 주도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도약은 컴퓨터를 손 안에 집어넣을 수 있게 한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마우스도 사용할 수 없는 개인전화에서 기계가 알아들을 수 있는 회로와 스위치를 조작해야만 하던 종래 방식에서 사람의 손가락이 지니고 있는 아주 약한 전압의 전류를 이용해서 그냥 만지거나 스치기만 해도 손 안에 들어온 작은 컴퓨터를 통신수단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은 애플사를 만든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작동시킨 인문학적 상상력이 오늘날 5G 시대 정보처리 기술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셈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보처리 기술이 전문가들에 의해서 보전되기는 했겠지만 오늘날처럼 대중화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기술혁명이 앞으로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로까지 전개될 것으로 보이고, 이 AI가 차세대 물질문명의 기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한 기술혁명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으리라는 거대한 착각이 미래예측을 온통 도배하고 있습니다. 기술공학적 사고방식의 물결이 정치나 경제분야에까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물질세계와 자연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는 이러한 예측이 통하기도 할 것입니다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즉 정치와 경제 그리고 학문과 문화 등 사회활동에는 통할 수 없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구현하는 공동체와

이를 위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공동선


물질문명 차원에서 놀라운 진화를 이룩한 인류가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활동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개하고 야만적인 차원에서 억압과 조종, 착취와 불평등을 본질로 하는 사회 수준 밖에 이룩해내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인류가 인간관계에서 혁명적 진화를 이룩하지 못하면, PC나 Smart Phone, AI 등 물질문명에서 도달한 혁명적 기기들은 결국 강자와 부자들이 더 억압하고 더 조종하기 쉬우며 더 착취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불평등한 미래사회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물질문명의 종착점에서 도달한 인문학적 상상력처럼, 인간관계를 통한 사회활동 전반에 있어서는 하느님을 전제한 신학적 상상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아무리 뛰어난 물질문명을 이룩했어도 결국 하느님의 손으로 지어진 피조물이기 때문이고, 하느님을 닮지 못하는 한 인간의 행복과 구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질문명이 지향해야 할 사회조직과 이념의 또 다른 목표는 예수님께서 일러주신 하느님의 뜻대로 연대와 협동으로 자유와 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 공동체와 이를 위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공동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향한 파스카의 목표입니다.


물질문명을 인간화시키고 공동선에 집중하게 하는 상상력에 파스카적 사명이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야곱과 요셉의 임종 장면을 들으셨습니다. 대를 이어 그들의 집념과 시행착오, 첫 사랑을 향한 순정과 이로 인한 편애, 또 편애 때문에 빚어진 살해음모와 곤경, 이 곤경을 극복한 믿음과 용서 등등으로 하느님의 섭리가 이 부자의 생애에서 가나안 땅에서 이집트 땅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파스카 여정의 원형이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우여곡절이 있는 인간 드라마처럼 펼쳐졌지만 야곱을 거쳐 요셉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남긴 메시지는 결국 하느님께서 반드시 여러분을 찾아오실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민족 단위가 아니라 인류의 파스카 여정을 이제 처음 떠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당부하신 바 역시 최종 종착지가 하느님 나라임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세상의 권력도, 물질이 제공하는 부와 편리함도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는 당부와, 영혼도 육신도 지어내신 하느님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당부가 그 메시지의 요체입니다. 


물질과 자연을 지배하는 데 수월해진 그만큼 정보처리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편리함이 과연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협동이라는 통공의 진리에도 기여하는지는 의문이요 숙제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알지만 그 뜻은 여전히 잊어버리고 사는 인류로 하여금 물질문명을 인간화시키고 공동선에 집중하게 하는 상상력과 연대와 협동을 향한 부단한 노력, 여기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파스카적 사명이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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