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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떼의 인간 공략? - [휴천재일기]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흐림
  • 전순란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7-19 17:21:37
  • 수정 2019-07-19 17: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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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8일 목요일 흐림



어제 밤에도 비가 내렸다. 초봄에 심은 오이가 병이 들었는지 누런 잎에 오이 끝이 휘어지고 달린 오이도 누렇게 말라 떨어져 버리니 올핸 더 이상 따먹기는 글렀다. 새로 포트낸 오이 모를 3000원에 다섯 개 사다 먼저 심은 오이 곁에 심었다. ‘덩쿨을 뻗어 먼저 올라간 형님들한테 의지해서 잘 감고 뻗어가서 튼실하게 달려라.’ 축원해 주었다. 어제 밤늦게는 전주를 묻으려고 파낸 구덩이를 메운 자리가 수북해서 아주까리 여남은 포기를 옮겨 심었더니 밤새 내린 비로 아침에 보니 싱싱하게 살아남을 것 같다.


사랑하는 아우 윤희가 일본여행에서 돌아왔기에 ‘잘 다녀왔느냐?’ 물으니 아베의 일이 있기 전에 예약한 여행이라 다녀오긴 했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는 대답. “일본인들이 우리를 손가락질하면서 ‘너희는 속도 쓸개도 없냐? 우리가 이렇게 깐보는데도 꼭 여기 와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돌아다녀야겠느냐, 조센징들아?’ 하는 것 같더라”는 소감.


후지 TV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밖에 남은 일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 중에 자살했다”는 뉴스를 내보냈단다. 기사도 허위일뿐더러 남의 나라 대통령을 왜 왜놈들이 탄핵하라 마라? ‘아베가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한국당을 도와 친일정권의 발판을 마련해주려고 시작한 장난’이라는 해설이 내게는 제일 그럴듯한데, 지금 국민의 정서를 보면, 일본에 굽실거리는 ‘토착왜구(土着倭寇: 호칭 하나 잘 만들었다!)’들이 망할 일만 남았다. 


함양 사는 아줌마도 윤희처럼 세심하게 반일감정을 느끼는 터에, 태그끼아재들 모임에는 성조기와 일장기를 한손에 하나씩 든 사람도 있었다하고, 어제 국회에서 ‘일본수출규제조치 규탄결의안’을 거부한 한국당을 보면서 시골 아녀자만큼의 국가의식이나 민족적 자존감이 없는 저런 집단들은 이번 기회에 이 땅에서 정말 도태되었으면 하는 분개심이 솟는다.


1980년 보스코의 유학으로 우리가 로마에 도착했을 즈음. 퓨미치노 공항을 지나며 대로 양쪽 대형간판에 ‘소니’ ‘파나소닉’ 간판이 주로 눈에 띠었다. 괜히 주눅이 들어 ‘쟈포네세(일본여자)?’라고 하면 그런 척 슬쩍 미소를 짓고, ‘치네세(중국여자)?’라고 해야 ‘노! 꼬레아나(아냐, 한국여자)!’라고 대답했던 시절이었다. 대소형 가전제품점에 가도 소니나 파나소닉이 판을 치고 가끔 필립스가 보였다. 



▲ 마당의 수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토록 아름답고 정교한데...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보스코를 주교황청 한국대사로 파견했을 적에도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대미사 중계 전광판도 일제 파나소닉이었다. 때마침 그 업체와 바티칸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보스코가 개입하고 삼성을 설득하여 그 전광판을 기증하게 만들어 교황청안의 사무제품을 삼성으로 교체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개인적으로 삼성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만큼 국가의 위상이 올라갔고 최근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대로에 우리나라 대기업 간판들이 판을 친다. 더구나 가전제품이나 개인 컴퓨터, 그리고 핸드폰까지 우리나라 위상은 일본을 능가한 것 같다. 아베의 수작에도 가슴 펴고 당당히 ‘메이드 인 코레아!’다.


서울에 가져가려고 텃밭에서 호박을 따는데 물까치가 엉덩이를 탁 치고 간다. 엊그제는 정자 옆에서 일하던 보스코의 귀를 치고 갔다는데… 진이 엄마는 그 날짐승이 어깨를 치고 갔고, 마당에서 로사리오를 바치던 진이아빠는 머리를 치고 지나가더란다.


물까치떼의 인간 공략? 그냥 저걸 ‘왈패들의 협박’이라고 할 것인지, ‘한 마을에 사니까 우리 트고 지내요’라는 희롱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참, 아줌마, 쪼잔하게 왜 그런 걸 갖고 그래요?’하는 것도 같고, 이웃 사는 섬나라놈들이 우릴 얕보니 저런 미물마저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같고. 각성하라고…



8월 들어서면 올배인 원앙이 익어 갈 텐데, 구체적으로 먹잇감을 놓고 싸울 처지니 아무래도 내 포지션을 정비해야겠다. 어느 핸가 배나무 망 속에 들어온 저놈들 몇 마리를 잡아 ‘군문효수(軍門梟首)’ 하듯이 배나무 높다랗게 걸어 놓고 경고를 하자 그 해에는 배밭에 얼씬을 안 했다. 우리처럼 새를 좋아 하는 사람에게도 영 마음에 안 드는(생김새는 볼 만한데 울음소리가 귀에 몹시 거슬린다) 새가 물까치떼인데다 전국적으로 무섭게 번식하고 있어 머지않아 사람마다 새총을 들고 물까치떼와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짐을 서둘러 꾸려 6시경 서울로 떠났다. 오늘 아침 빵기가 제네바에서 도착했고 내일 저녁 무렵 처가에 가 있는 식구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온다. 쉬지 않고 내리 달렸더니만 저녁 9시 30분에 서울집에 도착. 지리산에서는 구름 끼고 시원한 날씨였지만 서울은 맑은 대신 섭씨 35도의 후덥지근한 열대야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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