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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을 외쳤던 백만 민중의 함성이 그 증거입니다” - [이신부의 세·빛] 열정과 연대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9-30 17:06:58
  • 수정 2019-09-30 17: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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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 즈카 8,1-8; 루카 9,46-50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인 오늘 독서에서 즈카르야 예언자는 시온에 커다랗고 격렬한 열정을 지니고 계신 하느님께 대해서 예언하고,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는 삶의 방식과 더불어 사람들을 모으는 방식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그래서 관용적 연대로 대동단결해서 더 많은 이들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열정과 연대가 메시아적인 하느님의 백성을 결집시키는 복음적 방식입니다. 


예로니모는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성서와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번역된 성서를 주석하는 일에 온 생애를 바친 인물입니다. 성서를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이지만 그전까지 천5백 년 동안 그가 번역한 라틴어 번역판 성서는 서방 가톨릭교회의 공식 성서로 통용되었습니다. 그가 성서를 번역하고 주석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던 이유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마다 힘과 돈을 가져서 다른 사람들을 부릴 수 있어야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세상 역사에서 제자들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메시아적 백성의 첫째 기준이 겸손임을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작은 사람이라고 여겨온 어린이를 받아들이라고 강조하심으로써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린이처럼 무시당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메시아적 백성의 둘째 기준임도 밝히셨습니다. 


겸손한 자세를 기본 덕목으로 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수락하는 실천행동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메시아적 백성의 행동수칙이 됩니다. 


이 백성은 오늘 독서에서 즈카르야 예언자가 전해준 하느님의 직접적 계시 말씀에 따라서 커다랗고 격렬한 열정을 지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저 고고하게 하늘 위에서 땅의 역사를 굽어보시는 분이 아니시고 악의 세력에 맞서 앞장서 싸우시는 만군의 주님이시며, 당신이 처음 계약을 맺고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던 이스라엘을 시온이라 부르시면서 이 시온에 대해서 커다랗고 격렬한 열정을 지니신 분임을 즈카르야는 전해 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이 신앙을 잃어버리거나, 그 결과로 진리와 정의를 저버리는 바람에 당신의 백성이 갈라지고 무력해져서 이교백성들에게 무시당하고 짓밟히는 꼴을 도저히 보지 못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오신 하느님께서는 불같이 뜨거운 열정으로 당신 백성을 괴롭히거나 유혹하는 자들에게 말씀의 방패로 맞서시고, 끈질긴 열정으로 지치고 쓰러진 당신 백성을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하나하나 하느님 백성이 지켜야 할 도리와 행동수칙을 일러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겸손의 덕목을 준수하라는 자격조건과 약해서 무시당하기 쉬운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행동수칙이었습니다. 


겸손의 자격조건과 수락의 행동지침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조건과 지침을 지키지는 않지만 그래서 하느님 백성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악의 세력인 마귀를 쫓아내는 일에는 찬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이 악과 싸우는 일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타이르셨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쓰면서 당신의 뜻에 맞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 문미정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모든 선의의 시민들과는 넓은 마음으로 연대하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세상에 세워지는 모든 건축물은 중력의 법칙을 존중해서 세워집니다. 이를 무시하면 기울어지거나 무너집니다. 성서의 번역과 주석 작업에 삶을 봉헌한 예로니모는 하느님 집의 기둥을 세운 셈이었습니다. 기반은 예수님의 삶입니다. 이를 두고 진리와 자유와 정의는 최고선의 가치라고 부르는 것이고 이 최고선의 기반 위에 구체적으로 이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선의 질서가 기둥처럼 세워져야 세상이 비로소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이치가 나라에서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즉, 주권자인 국민이 기반이 되고,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와 입법부 및 사법부의 국가 기관들이 기둥으로 기능합니다. 


최고선과 공동선에 어긋나거나, 주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기둥은 기울어지게 마련이고 기울어진 기둥은 집을 무너지게 할 수 있으므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겸손하고 사회적 약자를 받아들이며 관용적 연대의 자세로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하느님의 집을 세울 때입니다. 타락한 무리가 장악했던 거짓 하느님의 집을 뒤집어엎으시고 새로이 하느님의 백성을 모아들이시려는 하느님의 열정을 기억합시다. 지난 토요일 서울 검찰청 앞에서 검찰 쿠데타에 항의하며 검찰개혁을 외쳤던 백만 민중의 함성이 그 증거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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