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성범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인 조지 펠(George Pell) 추기경의 임기 종료 후 10달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있던 교황청 재무원 장관직에 예수회 사제가 임명됐다.
14일(현지시간) 발표된 이번 재무원 신임 장관 임명 소식은, 2017년 6월 이후로 아동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아 1심과 2심에서 6년형을 선고받은 조지 펠 추기경의 항소를 호주 재판부가 받아들이겠다는 소식 이후 전해졌다.
신임 재무원장으로 임명된 인물은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게레로 알베스(Antonio Guerrero Alves) 예수회 사제다. 게레로 사제의 임기는 2020년 1월부터 시작된다.
통상 교황청 부서를 대표하는 장관직에는 추기경이 임명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홍보부에 평신도 장관을 임명하는 등 자신의 임기 가운데 관례를 깨고 여러 직분을 가진 인물들을 장관직에 기용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수도회 사제를 재무원 장관으로 임명한 것 역시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예수회 잡지 < America >는 예수회 총원장 아르투로 소사 사제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게레로 사제가 장관직 수행 이후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주교나 추기경으로 서임하지 말아줄 것을 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게레로 사제 역시 < Vatican News >에 밝힌 임명 소감에서 “교황께서 나에게 예수회 일원으로서 이러한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며 “이 일이 끝나면 예수회 일원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5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생한 게레로 사제는 마드리드 주립대(Universidad Autónoma de Madrid)에서 1986년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동시에 예수회 일원으로서의 소명을 찾게 되었다.
이후 게레로 사제는 92년 사제서품을 받고 93년에는 동대학에서 철학 및 문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94년에는 교황청립 코미아스 대학(Comillas Pontifical University)에서 신학 석사를 받고 99년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정치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페인 카스티야 예수회 관구장직, 모잠비크 선교를 거쳐 예수회 로마 본부 대표로 활동해왔다.
최근까지 교황청은 부동산 투자에 교황성금이 유용되었다는 논란, 교황청 국무원 관계자들과 재무정보국(AIF)이 이에 개입했다는 논란 등 재정비리 의혹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한편, 이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 평신도를 재무원장직에 임명할 것이라는 스페인 언론의 관측이 있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