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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직자 성범죄 관련 ‘교황비밀’ 제도 폐지
  • 끌로셰
  • 등록 2019-12-18 17:57:17
  • 수정 2019-12-18 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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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성직자 성범죄에 적용되는 교황비밀(Pontifical Secret) 제도를 폐지했다. 이로써 가해 성직자들의 본국에 교황청 관련 자료들을 이첩하거나 제공하는데 제약이 사라짐에 따라, 성범죄 진상조사와 처벌에 변화가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이 훈령은 교황청 공보 < L'Osservatore romano >에 게시되는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교황비밀이란, 1974년 2월 4일 사도좌관보(Acta apostolicae sedis, AAS)에 공표된 훈령에 따른 제도로, 교황청이 예민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정보는 온전히 비공개 처리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소송 절차의 비밀유지의무에 관한 훈령’(Instruction On the Confidentiality of Legal Proceeding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교황청 답서(Rescriptum)는 먼저 “교황비밀이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1조와 ‘중대 범죄에 관한 규범’ 6조에 지칭되어 있는 고발, 재판 그리고 결정에 적용되지 않는다”(1조)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2월 전세계 주교들이 모여 성직자 성범죄의 심각성을 논의한 후 발표된 자의교서인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1조는 ‘폭력, 위협 또는 권력 남용으로 한 개인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시키거나 가하는 경우’(1조 a. i.), ‘미성년자 또는 약자와 성행위를 하는 경우’(1조 a. ii.) 그리고 ‘아동음란물을 통신망을 이용해 생산, 상영, 보유, 배포하고 미성년자나 약자를 음란물에 참여시키기 위해 고용하거나 부추기는 경우’(1조 a. iii.)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중대 범죄에 관한 규범’ 6조는 성직자가 18세 이하의 미성년자 또는 온전히 이성을 사용할 수 없어 미성년자에 준한다고 간주되는 사람에 대해 저지르는 여섯 번째 계명 위반(1항)과 성직자가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음란물을 취득, 소지, 배포하는 행위(2항)를 가리킨다. 

 

교황비밀 폐지 훈령과 함께 ‘중대 범죄에 관한 규범’을 수정하는 훈령도 발표되었는데, 이에 따라 6조 2항의 ‘14세 미만’이 ‘18세 이하’로 수정되었다.


신고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나 그 증인들은 사건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 어떤 침묵의 의무에도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소송 절차의 비밀유지의무에 관한 훈령’ 2조는 이러한 범법이 다른 범법과의 연관 속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교황비밀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사무 비밀유지 의무는 어느 곳에서든지 신고의무를 포함한 각국 민법이 규정한 의무의 충실한 이행과 민간 사법당국의 강제집행 수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4조)고 규정했다.

 

5조는 “신고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나 그 증인들은 사건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 어떤 침묵의 의무에도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며 사건과 관련된 고위성직자들이나 교구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침묵을 강요하는 일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 교황청 홍보부 편집국장은 이에 대한 논평을 내고 “지금까지 교황비밀에 부쳐져 있던 교황청 문서고와 더불어 교구 문서고에 보관된 성범죄 관련 교회법 재판 증언과 문건은 이제 각국 사법 당국에 이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의 자의교서와 연결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 범위는 명확하다. 바로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안녕이 어떤 비밀의 보호보다, 심지어 교황비밀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온갖 장애물을 걷어내는 새시대의 결정


신앙교리성 차관보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 역시 < Vatican News >와 새 훈령에 관한 인터뷰를 갖고 “온갖 장애물을 걷어내는 새시대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투명성이 이제 가장 높은 층위에도 적용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장애물이 사라졌으니 이제 교황비밀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번 훈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가 그러하듯이 우리가 진정 정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가톨릭 일간지 < La Croix >는 교황비밀 폐지 소식을 전하면서 성직자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교회에서는 삼권(행정, 입법, 사법)이 한 사람, 즉 주교에게 몰려있다.


성직자 성범죄 문제를 전문으로 다뤄온 의사 출신 신학자 마리 조 티엘(Marie-Jo Thiel) 박사는 “교회법은 신부가 성행위를 강요하는 장소로 고해소를 사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자를 돌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 La Croix >는 주교의 지위 역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가정전문 변호사이자 수도회에 법률 자문을 해온 클레르 케탕-피네(Claire Quétand-Finet) 변호사는 “교회에서는 삼권(행정, 입법, 사법)이 한 사람, 즉 주교에게 몰려있다”면서 “주교는 자기 사제들의 아버지이자 이들을 처벌해야 하는 사법 당국”이라고 지적했다.

 

케탕 피네 변호사는 “하지만 올바른 사법 행정 안에서는 각자가 자기 자리에 있고, 권력은 분리되어 있다”면서 “(주교가) 판사이면서 소송당사자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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