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는 신학 나눔의 새로운 길을 찾아 ‘사건과 신학’이라는 표제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건 가운데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신학 이야기를 나누는 ‘사건과 신학’. 이번 주제는 ‘청년(靑年), 그들의 세상을 말하다’입니다. -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먼저 이렇게 제소리를 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왼쪽 입꼬리 위에 점이 매력적인 이중호입니다. (오른쪽 입고리 위에도 퍽 매력적인 점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을 기점으로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자퇴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퇴서를 내면서 이런 글을 Facebook에 올렸습니다.
『학부를 포함하면 그래도 6년을 공부했고 휴학 기간을 포함하면 오늘까지 10년이란 시간을 신학함의 자리에서 보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며 저는 끝까지 인간을 사랑하는 신을 읽었고 들었고 보았고 경험했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께 받은 제 소명을 멈출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교단 목사가 되는 것은 그만 멈춥니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있을 때면 ‘노잼’은 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죄가 점점 우리 교회에 만연해져서 누구와도 재밌게 춤추고 떠들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교회, 환대가 사라져서 끼리끼리 밖에 지낼 수 없는 교회를 보며 가슴이 참 아팠습니다. 이곳에서 불꽃같이 타오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 제 개그 본능을 마음껏 쏟아내고 싶었지만, 그 순간 제 무지와 교만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의 잔치가 이미 일어나고 있고 내가 다만 그곳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역할과 상관없이 그 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나’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틀렸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하십니다. 저는 그 잔치에 동참함으로 반응하겠습니다. 각자 모양이 다른 춤을 추더라도 같이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이 기쁨! 이 환희를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 기쁨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광나루에서 저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 사랑을 맛보았습니다. 인생에서 선생님이라 부를 분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선교지와 총회에서 일하는 멋있는 선배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큰 복들입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공부와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습니다. 해보지 않아서 조금은 무섭지만, 함께 하는 하나님이 있어서 충만합니다! 제 선택을 걱정해주시고 말려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지해준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을 살겠습니다.』
위의 글을 쓰면서 스스로 끝냈다는 고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목사가 되기로 했는지, 나는 누구인지, 우리가 꿈꾼 교회는 무엇인지 등등의 질문을요. 어머니의 서원과 고등학생 시절 목격한 친구의 죽음은 제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했습니다. 질문의 연장에 신학교 입학도 있었고 목사가 된다는 미래도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휴학 횟수를 보시면 알겠지만, 학교에서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휴학 기간에 여행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낯선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일기를 쓰면서 나란 존재가 참 작은 존재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을 과신하며 등산을 할 때, 왜 소크라테스 선생님이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지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할머니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받으면서, 왜 그리스도라 불린 예수께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배우겠지만 저는 이제 충분히 배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우리 인생의 여백을 채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속한 교단에서 공인한 목사로 인생을 살아도 좋겠지만 괜찮습니다. 굳이 목사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하늘과 땅을 오고 가는 수직의 시대가 지나 이미 땅에서 땅으로 옆을 돌보는 수평의 시대가 왔다는 판단도 섰습니다.
나와 우리를 돌보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제게 주신 하늘의 씨앗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싹을 틔워 열매를 보겠습니다. 자리는 변하지만 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
이중호(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