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교황청 소유의 건물이 노숙자 쉼터로 탈바꿈했다.
미국 < NBC NEWS >에 따르면 팔라초 밀리오리(Palazzo Migliori, 이탈리아어로 ‘밀리오리 궁’이라는 의미)가 지난 해 11월 개조되어 최근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로 개방되었다.
교황청이 소유하고 있는 팔라초 밀리오리는 성 주세페 칼라산치오의 가난한 수녀회(이탈리아어: Figlie povere di San Giuseppe Calasanzio)가 미혼모들을 돌보기 위해 사용해온 건물이다.
팔라초 밀리오리는 수녀회가 다른 곳으로 본부를 이동한 후 교황청 방문자들을 위한 호텔로 개축될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곳 근방 창문에서는 성 베드로 광장이 환히 보여 실제로 근방의 숙소 가격이 하루 600유로(한화 약 7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 쉼터 머무는 한 노숙인은 < NBC NEWS >와의 인터뷰에서 “이 곳이 더 집처럼 느껴진다”며 “침대도 있고, 방도 있고 욕실도 있어 내가 지금껏 살아온 주거시설과는 너무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 노숙인은 질병으로 인해 한 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 곳에는 16개의 침실이 갖춰져 있으며, 50여명의 노숙인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 미국인은 < NBC NEWS >와의 인터뷰에서 “이 장소를 임대해 돈을 벌어 자선사업에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윤을 극대화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진정 아름다운 장소를 제공했다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 쉼터 개축을 담당한 교황청 자선소 담당사제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미국 가톨릭 언론 < Crux >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장소의 역사적인 이름을 간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밀리오리 궁’이라는 이름은 1930년까지 이 장소를 소유했다가 교황청에 이를 판 가문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탈리아어로는 ‘가장 높은 이들의 궁’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며 “여기에 머물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면 딱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팔라초 밀리오리 개축 공사 과정에서도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의 요청에 따라 노숙인 노동자들이 고용되었다.
팔라초 밀리오리는 1800년대 초반 지어진 건물이나 개축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노인과 신체가 불편한 이들이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또한 한 가문에서 소유했던 거처인만큼 온갖 목조 장식과 예술 작품이 곳곳에 걸려있다.
식사 제공을 비롯한 이곳의 운영은 국제 가톨릭공동체 산테지디오(Sant'Egidio)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