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은 26일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 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성 결혼은 미국 전역에서 합법화됐다. 지금까지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수정헌법 14조(평등권)는 각 주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 간 결혼이 자신들이 사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수정헌법 14조는 동성 결혼 지지자들이 동성과 이성 결혼이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는 근거였는데, 대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결혼은 예로부터 중요한 사회적 제도였지만 법과 사회의 발전과 동떨어져 홀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동성 결혼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사회현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남녀 동성 커플들이 결혼의 이상을 경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그들은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의 캐스팅 보트를 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결정문에서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라며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동성 커플 14명의 청원으로 지난 4월 28일 동성결혼의 전국적 허용 여부를 결정할 심의를 시작했다. 대법원은 그 동안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동성 결혼을 금지한 4개 주에 반대하는 이들 커플 측의 주장과 4개 주를 변호하는 주장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연방 제6 순회항소법원이 4개 주의 동성결혼 금지 방침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에 불복한 사람들이 대법원의 개입을 촉구하자, 대법원은 동성결혼의 전국적 허용 여부를 대법원이 결정할지, 주가 판단하도록 할지에 대해 심의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앞서 2013년 이성 간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한 결혼보호법의 부분 위헌 결정, 지난해 10월 5개 주의 동성결혼에 대한 상고 각하 결정 등을 내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들이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할 권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동성 결혼 지지자들은 이날 대법원 건물 앞에 모여 동성애를 의미하는 무지개 깃발 등을 흔들며 환영했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결혼의 자유'라는 단체는 "이날 승리는 자유와 평등, 포용, 무엇보다 사랑을 위한 중대한 승리"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커플들이 '결혼한다'라고 말할 자유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