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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적 품위는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인해 달라진다 - [이신부의 세·빛] 우상숭배와 일곱 성사의 분기점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2-14 18:17:13
  • 수정 2020-02-14 18: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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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간 토요일 (2020.2.15.) : 1열왕 12,26-32; 13,33-34; 마르 8,1-10



백두산 천지는 언젠가 폭발했던 화산분출구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샘이 모여 이루어진 커다란 연못입니다. 천지의 물이 서쪽으로는 압록강의 발원이 되어 서해로 흐르고, 동쪽으로는 두만강의 발원이 되어 동해로 흐르게 됩니다. 또 설악산 대청봉에 내린 빗물이 서쪽에 떨어지면 한강의 발원이 되어 서해로 흐르고 동쪽에 떨어지면 남대천의 발원이 되어 동해로 흐르게 됩니다. 


이처럼 역사에서도 방향을 정반대로 정하게 되는 분기점이 있는데, 오늘 독서와 복음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솔로몬 이후 둘로 쪼개진 나라의 북쪽에서 임금이 된 예로보암은 남쪽보다 더 넓고 비옥한 땅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쪽을 부러워했습니다. 왜냐하면 겨우 두 지파의 연합으로 이루어졌고 더 좁고 더 척박한 땅이지만 예루살렘 도성과 성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쪽의 백성도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남쪽 나라의 땅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예로보암 임금은 그렇게 되면 북쪽 백성이 유다 임금에게로 기울어질 것을 염려해서 우상숭배를 시작합니다. 즉, 금송아지를 만들어 하나는 베텔에, 또 다른 하나는 단에 놓고 산당을 지어 백성들에게 우상숭배를 사주한 것입니다. 


이 산당에서 봉사할 사제들도 레위 지파가 아닌 혈통도 다르고 자격도 없는 자들 가운데에서 임명해 버렸습니다. 결국 남방 이집트에서 배운 금송아지 숭배로 타락해 가던 북이스라엘 왕국은 북방 계열의 왕비들을 맞이하면서 더욱 타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북방의 왕비들이 들려온 우상숭배 풍습으로 말미암아 북이스라엘 왕국에 끼친 악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입니다. 이방인 왕비 이세벨이 꾸민 흉계에 휘둘린 아합 임금의 무능함과 불의함으로 말미암아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희년 전통이 짓밟히고 말았지요. 이것이 하느님의 눈 밖에 나서 앗시리아에게 멸망당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마르코 복음사가는 빵의 기적을 전합니다. 이미 오천 명이 넘는 군중을 배불리 먹인 빵의 기사를 전한 다음인데도 마르코는 다시 한 번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기적을 예수님께서 일으키셨음을 전해주는데, 다른 점은 기적을 일으키게 한 재료도 빵 일곱 개이고 기적 후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난 후 남은 조각도 일곱 바구니라는 사실입니다. 일곱 개의 빵과 일곱 개의 바구니에 공통된 일곱이라는 숫자에 마르코는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요? 


사도들의 제자인 교부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서 아주 작은 표시라도 놓치지 않고 영적인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데, 교부 아우구스티노는 이 일곱이라는 숫자가 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를 상징한다고 해석합니다. 가톨릭교회에는 일곱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성령칠은말고도 칠성사가 있습니다. 성령칠은이 성령께로부터 부여받는 영적인 은사라면, 칠성사는 이 은사들을 구체적인 삶과 인간관계에로 퍼뜨리는 거룩한 변화를 주도하는 종교적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네 삶이 세속을 향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향하게 만들어주는 분기점이 된다는 뜻입니다. 예로보암이 한 것 같이 멍청한 선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예수님께서 시작하시는 현명한 선택을 따를 것인지가 오늘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성령칠은이나 칠성사 모두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보편적으로 열려있는 기회입니다. 세례성사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으면 누구나 다 받을 수 있는 보화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일하심이 극대화되는 성체성사에서는 그 성사적 품위가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에 의해서 그리고 궐함이나 행함으로 달라집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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