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 속에서 사순절을 시작하는 천주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타인에 대한 혐오와 배척을 경계하고 서로 배려하며 도울 것을 당부했다.
24일 12개 교구가 미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추가적으로 마산교구(2월 26일~3월 6일), 제주교구(2월 27일~3월 7일), 서울대교구(2월 26일~3월 10일), 원주교구(2월 27일~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가 미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재의 수요일⑴ 미사는 전국 성당, 수도원, 성지에서 상주하는 신부들과 수도자들만 참석해 봉헌됐으며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제주교구에서 담화문을 발표하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벌어지는 혐오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현 사태에 대한 지나친 위기의식과 공포심 조장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전염병을 만들어낸다”며 “그것은 타인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과 혐오 바이러스의 심리적 증식이다. 혐오는 차별을 가져오고 차별은 폭력으로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대면하며 심리적 패닉 상태에 휩쓸려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비난하고 배척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유럽에서 중국인들을 비난하는 일이 벌어지고 아시아계 주민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중국인을 향한 혐오 발언과 행동이 속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난민이 됐을 때 “중국인들은 많은 우리 동포를 이웃으로 맞아주었고, 임시정부도 그 땅에서 오래 신세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사순절을 맞는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당면하는 오늘의 이 현실을 우리 신앙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소화할 것인가 깊이 성찰하고 마음속에서 되새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년 사순절 사랑의 헌금은 시리아 난민과 미얀마의 로힝야 난민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감염과 격리자가 늘어가면서 편견과 배척,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또한 “혹시라도 ‘코로나19’의 불행한 상황을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시도는 결코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수원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모두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감염증의 공포 앞에서 더욱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배척”이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사람에 대한 신뢰심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신앙인들은 확진자와 감염 의심자들에 대한 혐오 대열에 동참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2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이관홍 신부가 전국 교구 이주사목 사제단에 도움을 요청해 대구로 도움의 손길이 모아지고 있다. 취약계층인 이주민들은 생활정보를 접하기 어렵거나 시외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낮 12시 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 서울대교구 광장동성당, 춘천교구 사목국, 인천교구 사회사목센터, 수원교구 해외선교실, 의정부교구청 등 14곳 이상에서 보낸 마스크가 대구로 전해졌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 소속 위원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총원, ICPE 선교회 등도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관홍 신부는 “이주민들이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이주민 전체에 대한 혐오가 확산될까 우려하던 중, 전국에서 보내주신 응원을 받았다. 이주민들뿐 아니라 대구, 경북 전체에 대한 천주교회의 응원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보내주신 마스크는 가장 고립된 지역부터 보내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스크는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77길 40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대구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로 보내면 되며 문의는 053-253-1313로 하면 된다.
⑴ 재의 수요일 : 사순 시기 첫날로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 이날 미사 때 참회의 상징으로 사제가 재를 축복하고 머리에 얹는 ‘재의 예식’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이 예식에 쓸 재는 지난해 주님수난성지주일에 축복했던 나뭇가지를 불에 태워만든다. (천주교용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