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군부 독재에 대항하여 시민들과 함께 싸웠던 루틸리오 그란데 가르시아(Rutilio Grande García) 예수회 사제가 시복⑴된다. 그란데 신부는, 2018년 가톨릭교회의 성인이 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절친한 동료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란데 신부와 함께 1977년 엘살바도르 군부 독재 당시 무장 부대의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한 두 평신도의 시복을 수락했다. 교리교사였던 마누엘 솔로르자노(Manuel Solórzano, 72)와 당시 어린 신자였던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Nelson Rutilio Lemus)다.
그란데 신부는 산살바도르 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자신이 사목활동하는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군부독재 하에서 복음화와 함께 젊은이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던 그란데 신부는 자연스럽게 정권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란데 신부는 빈곤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 사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란데 신부의 절친한 동료였던 오스카 로메로 신부는 그란데 신부 피살 3주 전에 대주교로 임명되었고 그의 피살 사건은 로메로 대주교의 의식전환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메로 대주교는 당시 엘살바도르 예수회 관구장과 함께 그란데 신부와 교리교사 마누엘 솔로르자노와 어린 평신도 넬슨 루틸리오 레무스의 시신을 제대 앞에 두고 미사를 봉헌하고, 정부를 상대로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2월 파나마 예수회 신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루틸리오와 매우 가깝다”고 말하면서 로메로 대주교의 피가 묻은 옷가지와 그란데 신부의 교리 공책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란데 신부의 시복 절차는 2014년 산살바도르 대주교 호세 루이스 에스코바르에 의해 시작되어 6년 만에 시복 결정이 내려졌다. 교황청은 아직 정확한 시복식 날짜를 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⑴ 시복 : 교회가 공경할 복자로 선포하는 일.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 시복은 로마 교황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천주교용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