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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사 쉰다고 주일을 거룩히 지낼 방법 없는 것 아냐
  • 이기우
  • 등록 2020-02-28 17:52:50
  • 수정 2020-02-28 17: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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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2020.02.29.) : 이사 58,9ㄷ-14; 루카 5,27ㄴ-3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리 일을 하던 레위를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이 사람이 마태오입니다. 그는 영민한 사람이어서 세리 일로 돈도 꽤 벌었지만 그 바람에 세상에서는 기피인물로 낙인찍혀서 고민도 많았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예수님께서 그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에서 부르셨습니다. 


“나를 따라라.” 


아마 그분은 마태오의 영민함과 마음속 갈등을 마음으로 읽어내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면에 부르실 리가 없고, 또 마태오는 부르심을 받자마자 그분을 따랐을 뿐만 아니라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베풀어 동료 세리들과 지인들을 몽땅 초대했습니다. 아마도 마태오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동료들도 이참에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어서 새 출발을 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사사건건 감시하다가 수틀리면 트집을 잡곤 하던 바리사이들과 그들의 율법 학자들이 제자들에게 항의했습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가뜩이나 단식 문제로 주목받고 있던 참이라서 먹고 마시기만 하는 듯한 예수님의 생활양식 내지 활동양식이 못마땅했겠지요. 사실상 당신더러 들으라고 항의하는 것이 뻔한 노릇이어서 예수님께서 대답해 주셨는데, 잔치에 초대받아 온 손님들을 죄다 죄인 취급하고 있는 그들의 말투를 되받아치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귀하들처럼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은지 모르지만, 그대들이 죄인으로 낙인찍은 이들에게는 나 같은 의사가 필요하다. 나는 자칭 의인이 아니라 죄인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을 위로하고 또 회개시키러 왔다.” 


사실은 그 오백 년쯤 전에 이미 이사야 예언자도 하느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기는 했으나 그 소명의식이 아주 많이 해이해져버린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서 쓴 소리를 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는 의사이기라도 한 것처럼,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도려내는 메스 같이 날카로운 언어를 쏟아냈습니다.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삼가 안식일을 짓밟지 않고 나의 거룩한 날에 네 일을 벌이지 않는다면, 네가 안식일을 ‘기쁨’이라 부르고, 주님의 거룩한 날을 ‘존귀한 날’이라 부르며 존중한다면” 


이런 조건들을 채우고 나서야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이 되리라고 예언하였습니다. 이 조건절 예언에 담긴 조건들은 크게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려야 하는 관계 개선 행위와 굶주린 이에게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주어야 하는 애덕 실천 행위라는 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이 행동과 행위들을 바로 주님의 이름으로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 안식일에 실천해야 한다는 종교적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행위와 애덕을 실천하는 행위야말로 자기와 자기 가족들만을 위하는 일을 멈추는 대신에 해야 하는 주님의 일이라는 뜻입니다. 안식일에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역시 이 행동과 행위를 촉구하는 종교 활동입니다. 


사람의 몸이 정상적인 신진대사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사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감기 바이러스든 독감 바이러스든 요즘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든 그렇습니다. 각종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제는 아직까지 인류가 발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별 탈 없이 인류가 이제껏 생존해온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몸이 지닌 면역력이 자연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백혈구가 이를 감지하고 퇴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도 나고 기침도 하며 재채기도 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때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몸이 알아서 바이러스를 이겨내도록 잘 쉬어주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천지 무리와 같은 사이비 종교 집단 역시 일종의 종교병리현상으로서, 기성 종교와 신앙인들이 이사야 예언자가 진단했던 바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애덕을 증거하는 사회적 행동을 안식일에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데 있어서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침투한 바이러스와도 같은 것입니다. 


중세 말, 근세 초기에 개신교가 떨어져나갔던 배경에도 베드로대성전 건축을 둘러싼 가톨릭신자들의 잘못이 빌미가 되었던 것처럼, 각종 사이비 종교집단이나 이단 교파들은 기성 종교와 신앙인들의 신앙이 건강하지 못하고 병들어 있을 때 생겨납니다. 그리고 먼저 믿은 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병들어 있으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고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천지 집단의 20-30%가 냉담하던 천주교 신자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교회와 신앙인들의 삶이 사회적으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면 지금의 신천지 이후에도 제2, 제3의 신천지들이 얼마든지 독버섯처럼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적인 삶을 살아내는 일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의 초점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일입니다.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주일미사를 쉬고 있는 이즈음, 그렇다고 해서 주일을 거룩히 지낼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는 신앙인이라면 그렇습니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애덕을 증거함으로써 주일을 거룩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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