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서유럽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 AFP >(아에프페)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수요일 하루 동안 4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종전에 일일 사망자 368명이 발생했던 중국을 뛰어넘은 수치다.
게다가 중국 외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이탈리아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탈리아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보건부의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8일 기준으로 총 감염자 수가 35,713명(전일대비 2,648명 증가), 사망자 수는 2,978명(전일대비 475명 증가)이다.
코로나19 확진자 평균 연령 63세, 확진 사망자 평균 연령 80.5세
사망자 대부분 1개 이상의 기저질환자
이탈리아 국립보건연구원(Istituto Superiore di Santità, ISS)이 발표한 코로나19 사망 환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특히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고령 확진자와 기저 질환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3명의 코로나19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확진자 평균 연령은 63세인 반면 코로나19 확진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0.5세다.
연령대별 사망자 수에서도 30대부터 50대까지는 총 71명인 반면, 60대 사망자는 173명, 70대 사망자는 707명, 80대 사망자는 852명, 90대 사망자는 198명으로 60대 이상의 고령에서 매우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또한 2,003명의 사망자 중 355건의 사망 사례를 분석한 결과, 3명의 사망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최소한 1개 이상의 기저 질환이 있었다. 그리고 3개 이상의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망자도 172명이나 됐다.
같은 날 기준으로 스페인(확진자 11,178명, 사망자 491명), 프랑스(확진자 7,652명, 사망자 175명) 역시 심각한 상황이며 한국(확진자 8,320명, 사망자 81명)에 비해 비교적 늦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었음에도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많게는 수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열진통소염제 ‘이부프로펜’, 코로나19 감염 위험 높인다?
한편, 유럽에서는 흔히 해열진통소염제로 쓰이는 약물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리비에 베랑(Olivier Véran)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부프로펜이나 코르티손 등의 항염증제 복용이 (코로나19의) 감염 악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열이 나는 경우 파라세타몰을 섭취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항염증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하라”고 권고했다.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권고 후 해외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근거로 고혈압약, 당뇨약, 이부프로펜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 표적으로 삼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를 증폭시켜 고혈압과 당뇨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 질 수 있다고 주장한 의학저널 란셋(Lancet)의 논문⑴을 언급했다.
이 연구에 대해 WHO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Christian Lindmeier)는 “추가 권고를 내리기 위해 이를 살펴보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자가 치료제로 이부프로펜을 쓰지 말고 파라세타몰을 쓰라고 권고한다. 이는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혈압약들이 ACE2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고혈압약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자 대한고혈압학회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증가가 고혈압 환자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타 계열의 약제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의약품감독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은 18일 이부프로펜과 같은 진통, 해열, 항염증 효과를 가진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가 코로나19를 악화시킨다는 보도에 대해 “현재 이부프로펜과 코로나19의 악화 사이에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면서 “EMA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판데믹⑵ 상황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⑴ Fang, L., Karakiulakis, G., & Roth, M. (2020). Are patients with hypertension and diabetes mellitus at increased risk for COVID-19 infection?(고혈압 환자와 당뇨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취약한가?). The Lancet Respiratory Medicine.
⑵ 판데믹 :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뜻하며, WHO가 위험도에 따라 나눈 6단계 경고 단계 중 최고 경고 등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