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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에는 십자가뿐 아니라 거짓 음모와 함정도 있어 - [이신부의 세·빛] 하느님의 거처, 성전에서 생명으로!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4-03 15:44:18
  • 수정 2020-04-09 18: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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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토요일 (2020.04.04.) : 에제 37,21ㄴ-28; 요한 11,45-56


▲ ⓒ 가톨릭프레스 자료 사진


에제키엘 예언자가 남겨준 메시지에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이스라엘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느님의 되리라.” 하는 말씀과, “다시는 두 민족이 되지 않고 한 민족이 되게 하리라.” 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 두 말씀의 실현가능성을 보증하는 표시는 하느님의 거처인데, 바로 성전입니다. 이 성전에 대해서도 에제키엘은 인상 깊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나의 성전이 그들 한가운데에 영원히 있게 되면, 그제야 민족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에 수많은 예언자들이 활약했지만, 매우 정형적이고 정통적인 노선을 보여준 에제키엘이 남긴 이 세 가지 메시지는 예수님에 이르러 도약합니다. 먼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는 장차 전 인류가 하느님의 백성이 되게 하기 위한 성사로서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습니다. 여기서 교회는 그리스도교에 속한 가톨릭교회를 말합니다. 이는 옛 이스라엘을 대체하는 새 이스라엘이라기보다는 옛 이스라엘의 소명과 역할을 반면교사로 삼는 참 이스라엘입니다. 


둘째, 하느님 백성의 일치에 있어서도 교회의 역사는 예언자의 메시지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본시 하나였던 가톨릭교회는 이스라엘 백성이 남북으로 갈라졌던 것처럼 동서로 갈라진 채 천여 년을 흘러왔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계기로 다시 화해하고 다양성 안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방 가톨릭교회는 동방 정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발전시켜온 심오한 영성을 배울 수 있고 또한 선교의 경험을 나눌 수 있습니다.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의 관계만큼은 미치지 못하지만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의 관계도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서로가 복음적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 그리스도인들이 발전시켜온 말씀의 풍요로움과 성령의 역동성을 배울 수 있고 또한 성사가 주는 안정성 그중에서도 성체성사가 부여하는 거룩한 변화의 은총에 대해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겨레에게는 이 메시지가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의 전망까지도 내다보게 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세 번째 메시지는 성전이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장소이면서도 그것은 단지 건물로서만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현존하시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요청과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미사 없는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톨릭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 메시지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성당이 아니더라도,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 살아서 현존해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앙이라는 가치에 의해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이루어지는 한,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서 살아 현존하시는 성전입니다. 우리의 선택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한, 우리의 삶은 성령의 궁전입니다. 


이 세 가지 메시지가 모두 그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하는 기반은 부활 신앙입니다. 하느님 백성의 구심점은 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요, 그 하느님은 부활하시어 성령으로 역사하시는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에서도 예수님은 우리 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부활하신 당신께 대한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죽음을 무릅쓰고 라자로를 소생시키셨음이 나타나 있습니다. 죽은 라자로를 예수님께서 다시 살리셨다는 소문이 파스카 축제를 지내려고 모인 예루살렘 군중 안에서 퍼져나가자, 이에 불안을 느낀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대책회의를 열어서 예수님을 죽일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경건하게 믿어온 사람들이라고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적하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교회가 에제키엘이 남겨준 세 가지 메시지를 실현하자면 모두 다 걸릴 수 있는 함정이요 넘어야 할 산입니다. 부활 신앙에는 십자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만들어내는 이런 거짓 음모와 술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사순시기를 마무리하고 부활시기를 맞이하는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성지주일로 시작되는 성주간 전례는 파스카 성삼일 전례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파스카 전례의 핵심 신비가 장엄하고도 화려하게, 엄숙하면서도 풍요로운 의미로 펼쳐질 것입니다. 하느님의 거처가 성전에서 삶으로, 건물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의 신비를 성삼일 전례에서 재현하시기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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