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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 화재 1년, ‘성당’의 의미를 찾아
  • 강재선
  • 등록 2020-04-21 19:45:38
  • 수정 2020-04-24 17: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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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La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이 화마에 무너졌다. 


1345년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가톨릭교회 재산이 국가에 몰수된 이후 1862년 역사유적(Monument historique)으로 지정되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이자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대관식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이는 나폴레옹 1세의 공식 화가가 그린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Le Sacre de Napoléon)에 잘 나타나 있다. 


대관식에서 교황이 나폴레옹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대신 나폴레옹은 스스로 왕관을 집어 들고서 이를 머리에 썼다.


대관식은 프랑스 대혁명 전까지 가톨릭교회의 영향 하에 있던 이전 왕정 체제를 가리키는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과의 결별과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선언한 것이었다. 그만큼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당이기 전에 프랑스 역사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프랑스의 대표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발생한지 1년. 복원 작업은 어디까지 이루어졌고, 노트르담 대성당의 의미는 어떻게 되새겨지고 있을까.


▲ (사진출처=Notre-Dame de Paris)


1조 2천억 원 복원 성금에 복원 기간은 5년


에마뉴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5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1주기 대국민 담화에서 “약속한대로, 노트르담을 5년 안에 다시 짓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 복원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분명 노트르담이 우리 국민의 저항과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전 세계의 관심과 안타까움을 샀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프랑스 문화유산 복원기금 마련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노트르담 복원금 총 기부액은 9억 2백 유로, 한화로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부자 수는 34만 명이다. 노트르담 복원 기금 관리 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개인, 지자체 등이 2억 2천 유로(한화 약 3천억 원) 가량을 기부했다. 


화재 직후 프랑스 대기업들도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거액의 기부금 협정을 맺은 바 있다. 특히 LVMH 그룹, 로레알 등의 프랑스 대기업들이 약정한 기부 금액은 총 9억 유로 중 6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노트르담 복원에 약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상한 가운데, 기부금만으로도 대성당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여전히 안정화 단계


복원 작업은 현재까지 건축물 전체의 안정화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안정화 작업은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화재 납중독 문제로 인해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과 지붕에 함유된 납이 대기 중으로 퍼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작업자들의 납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로 인해 복원 작업 자체가 제약을 받아왔다. 화재로 소실된 첨탑에 250톤 가량의 납이 함유되어 있었고, 지붕에도 200톤 가량의 납이 함유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에 따르면 올 겨울에는 프랑스 파리에 바람이 많이 분 탓에 안정화 작업에 필요한 비계 설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더해 지난 3월 16일 이후로 프랑스가 전국 봉쇄령을 내리면서 약 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철거 공사 자체가 사실상 중단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 방식을 둘러싼 논쟁도 복원 일정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과 골조가 목조(참나무)로 되어 있어 2019년 화재 당시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동일 형태 복원에 필요한 목조를 구하기가 어려워 복원 자재와 형태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생겼다.


이렇게 건축물 전체의 안정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반면, 내부 안정화 작업은 비교적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물 내부 비계 설치, 대성당 일부분에 대한 납 세척 테스트 및 오르간 분해 작업이 준비되고 있으며, 오는 6월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파리대교구에서는 지난 성금요일에 대교구장 미셸 오프티(Michel Aupetit) 대주교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아 이곳에 보관된 가시 면류관 앞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21세기, 성지이자 관광지가 된 성당의 의미는?


명실상부한 관광지로 자리 잡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두고 < La Croix >는 최근 화재 1주기를 맞아 파리대교구장, 건축가, 역사학자의 관점을 담은 사설을 통해 과연 오늘날 노트르담 대성당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다각도의 고찰을 시도했다.


먼저 역사학자 미셸 파스투로(Michel Pastoureau)는 신자와 관광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내쫓을 수 없으니 “노트르담 대성당을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파스투로는 자신이 신자임을 밝히며 “노트르담 대성당에 기도하러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대성당이 대형 관광에 내몰렸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 때) 국가에 의해 몰수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늘날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종교를 갖지 않은 프랑스 대통령들의 장례식이 치러진다는 것을 지적하며 파스투로는 “노트르담을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차악일 것이며, 재건에 관련해서도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노트르담 복원 방식을 두고 이전과 동일한 형태로 재건할 것인지, 전면적으로 새롭게 지을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4년 노트르담 내부 개축에 참여했던 건축가 장-마리 뒤틸뢸(Jean-Marie Duthilleul)은 “노트르담에는 그 역사에 걸맞는 환경이 없다”고 지적했다. 


뒤틸뢸은 “대성당의 환경을 다시 생각해봄으로써 우리는 대성당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랑스가 대성당이 품고 있는 보석에 딱 맞는 상자를 만들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파리대교구장 미셸 오프티(Michel Aupetit) 대주교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금까지 그랬던 대로, 성당이 지어진 이유대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프티 대주교는 “무엇보다도 대성당은 ‘모든 민족들이 기도하는 집’(이사 56,7)”이라면서 “21세기에는 어떤 대성당이 되어야 하는가? 언제나 그러했던 대로, 본래 지어진 이유대로 남아있어야 한다. 즉, 하느님에 대한 찬양과 인간의 구원을 위해 남아 있어야 한다. 본래의 존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영혼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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