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지 75년 만에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DBK)가 지난 29일 “주교들은 전쟁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스스로 전쟁의 공범이 되었다”고 인정했다.
독일 가톹릭교회가 공식적으로 독일 주교들의 나치 협력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발표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주교들’에 관한 보고서는 지금까지 독일 주교들의 나치 협력이라는 역사를 독일 가톨릭교회가 “망각”(Erinnerungslücke) 해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제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1939년 9월과 그 이후에도 독일 주교들은 이러한 전면전에 어떤 반대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며 “주교들이 전쟁의 인종차별적 근거를 지지하지는 않았더라도 주교들의 발언은 전쟁으로 가는 길을 내어주며 나치 군인과 체제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 가톨릭교회는 특히 유대인과 같이 자기 인종으로 인해 차별받고 쫓기는 사람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에 대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바칭(Georg Bätzing) 주교는 공개 기자회견에서 ‘주교들은 전쟁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스스로 전쟁의 공범이 되었다’는 말이 “분명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과거의 “과오를 고백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바칭 대주교는 “분열, 국수주의, 권위주의적 사고라는 과거의 유령이 독일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또 다시 태어나고 있다”면서 “누구든지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러한 흐름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