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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방식에 대해
  • 이기우
  • 등록 2020-07-17 17: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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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금요일(2020.7.17.) : 이사 26,7-9.12.16-19; 마태 11,28-30



오늘 복음 말씀은 최근의 상황과 관련하여, 주일을 거룩히 지내야 한다는 십계명의 제3계명을 신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해야 할 요청을 재촉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안식일의 주인이심을 밝히는 선언으로써 안식일 계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셨고, 그 일환으로써 첨예한 논쟁이 촉발될 것을 각오하시고 안식일에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자 노력하시는 거룩함으로 지내셨습니다. 거룩함과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내려진 것입니다. 


페스트가 유행하던 중세에 교회는 미사와 성체성사의 힘으로 전염병 확산을 막아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페스트를 더 확산시키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서는 당국의 협조 요청에 따라서, 모든 교회가 미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거나 또는 미사를 거행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하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그 결과 그렇지 않아도 주일 미사 참석율이 20%대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마저도 더 줄어든 것입니다. 


게다가 미사 이외의 모든 모임은 중단되고 있어서 사목활동의 활력도 당분간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예상인데다가 다행히 종식된다고 해도, 한번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리기는 대단히 어려운 노릇이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래서 현 상황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연 침체된 분위기에서 걱정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러다가 혹시 한국 가톨릭교회마저도 유럽교회처럼 주저앉고 말 것인가? 이 상황을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다른 대책은 없는가? 그러자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등등의 물음을 제기해 봅니다.(참고 출전: 장수희, “바이러스의 시간, 성체성사의 의미를 생각하다”, 가톨릭평론 2020년 7/8월호, 우리신학연구소) 


성직자가 최양업 신부를 비롯한 몇 명의 선교사들 밖에 없었던 박해시대에 교우촌의 교우들은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미사를 할 수 없었던 처지였지만, 그로 인해 신앙의 열기가 식지는 않았었습니다. 주일에는 모여서 공소예절을 하면서 지냈고 평일에는 각자의 가정에서 아침 저녁 기도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평소에 교우촌에서 공동으로 노동하고 공동으로 분배하는 애덕의 실천에 게을리하지 않았었습니다. 


1967년에 바오로 6세 교황은 교황청 부서 개편과 관련한 문서 「보편 교회의 통치(Pegimini Ecclersiae Universe)」를 발표했는데, 이 문서에서는 성체가 모셔진 교회는 거룩한 곳이지만, “장소나 공간이 사람을 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공간을 성화시킨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공간은 성당이며 성당은 그 백성의 집이고 그리스도의 몸을 보관하는 곳이지만, 성당 자체가 개인의 거룩함에 기여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축성된 예루살렘 성전이 진정으로 모든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던 시절에 야곱의 우물을 찾아가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이렇게 선언하셨습니다.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요한 4,21). 사도 바오로도 성전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가르침으로 이에 응답했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16). 


사도 요한은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묵시 21,3).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요한 4,23). 


사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하시던 중에도 안식일 문제는 계명과 준수 현실 사이에 괴리가 컸던 까닭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으므로 계명의 본 취지에 맞게 회복시키려던 의지가 크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 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려던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과의 대립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철저하게 지키시려던 분은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리고 바리사이들의 형식적 준수에 따른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씀이,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다”는 말씀과,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강력하게 내비치시면서 그분은 안식일에도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앓는 사람을 만나면 고쳐주어야 하는 등,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을 오히려 찾아서 해야 하는 날임을 계시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주일 미사와 성체성사를 소홀히 해도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미사와 성체성사의 정신에 따라서 행해야 할 실천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미사 중단 내지 축소 사태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십계명의 제3계명은 본시,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것이지 주일 미사만 드리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드린다 해도 실천 의무는 남아 있었던 것인데, 그동안 미사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실천을 미루어온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이 계명을 가장 잘 지키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말미암아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몸을 사리지 않고 돌보고 있는 의료인들과 방역 공무원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일이 더 많아진 특수 직업종사자들입니다. 또한 가정 교회를 재발견해야 하는 필요도 절실해졌고, 자발적으로 혼자서나 여럿이서 필요한 도움과 봉사를 실천해야 할 필요도 여전히 절실합니다. 주일은 거룩히 지내야 하는 날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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