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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믿음의 밀도 - [이신부의 세·빛] 말씀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사도직, 도미니코 수도회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8-07 18:16:05
  • 수정 2020-08-07 18: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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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2020.8.8.) : 하바 1,12-2,4; 마태 17,14-20



우상을 숭배하도록 사람들을 조종해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마귀의 전략은 매우 다양합니다. 권력이나 재물 같은 전통적인 도구만이 아니라 말이 글도 얼마든지 마귀가 사람들을 우상 숭배에로 끌어들이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느님께 나아가려면 하느님의 소식을 들어야 할 뿐 아니라 읽기도 해야 합니다. 건전한 강론과 역시 건전한 독서가 영성생활에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성인이 이 점에 착안하고 자신도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열정적인 강론으로 사람들을 회개시켜 하느님께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이 길을 따라 걷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수도회를 만들어 말씀 선포와 기도 독서, 강론과 사도직 실천의 리듬으로 수도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13세기 초에 설립된 도미니코 수도회 회원들은 6개월 동안 기도와 독서 또는 사도직에 전념하다가 6개월 후에는 신자들이 사는 곳들을 순회하면서 복음을 선포하는 활동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안산에 세워진 ‘로사리오 성모수도원’을 모원으로 하는 한국의 도미니코회 회원들도 일정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규칙을 통해 인적 교류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한 곳에 정주하며 주변 세상을 복음화시키려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카리스마도 있지만, 세상을 밝히는 진리와 사랑은 수도원 안에 머물지 않고 세상 밖으로 널리 번져나가야 하므로 수도원과 세상의 순환을 강조하는 도미니코 수도회의 카리스마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정주의 카리스마든 순환의 카리스마든 크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수도원으로 찾아와서 피정 지도를 청하거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이들을 받아들이는 한편, 본당의 성체성사나 고해성사 도움에 응하기도 하고, 특강을 다니기도 하며, 사회의 복지나 공동선에 필요한 활동을 하기도 하는 것은 다른 수도회들도 대개 다 마찬가지입니다. 


정주를 하든 순회를 하든 생활양식의 형식과 상관없이, 필요하고도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을 선포하실 때 지니셨던 복음성과 구마성의 카리스마를 본받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하실 때 그 안에 복음의 카리스마를 지니셨기 때문에 듣는 이들이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고, 마귀들이 쫓겨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귀 들린 아들을 둔 아버지의 경우에는, 먼저 제자들에게 구마를 청해보았으나 실패하자 스승에게 구마를 청한 것이었습니다. 부마자 아들은 자주 불 속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또 자주 물속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목숨에 위험한 짓까지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자기자신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대단히 중한 증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부마자의 이토록 심한 상태에 대해서는 호통 한 마디 말씀으로 간단히 고쳐주시고 나서는 오히려 믿음이 약한 제자들에 대해 더 심각하게 야단치셨습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겨자씨는 크기가 아주 작지만 알차게 꽉 차 있기만 하면 흙에 뿌려져서 나무가 되고 나면 새들이 깃들일 수 있을 정도로 큰 나무로 자랍니다. 그래서 씨앗 형태에서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밀동입니다. 복음선포라는 말씀의 씨앗으로 뿌려지는 사도직도 크기는 하느님께서 맡아서 키워주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믿음의 밀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사도직을 행하려는 이들이 당신을 대신하여 억눌린 자들의 피신처가 되게 하십니다. 이들을 받아들이려는 믿음만 있으면, 이 억눌린 자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세상에서 못할 일 없이 마귀들과 맞서 싸우십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구조적인 차원에서나 가리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눈이 맑으시어 악을 보아 넘기지 못하시고 뻔뻔스러운 그 악인들을 성실한 의인을 시켜 맞서십니다. 이 모두가 말씀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는 카리스마의 은총입니다. 


우리는 말씀이 지닌 하느님의 카리스마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카리스마를 받아들이는 이들을 시켜서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공동체와 사도직을 창조하는 카리스마가 있고, 사회악에 맞서고 마귀를 쫓아내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대개는 빛을 비추자면 어둠을 몰아내야 하듯이, 마귀가 준동하여 사회악이 드센 곳에서 사도직과 공동체가 창조되는 법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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