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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5주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가 - [이신부의 세·빛] 하느님, 모든 민족들이 당신을 찬송하게 하소서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8-14 16:32:22
  • 수정 2020-08-16 10: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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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일 (2020.08.16.) : 이사 56,1.6-7; 로마 11,13-15.29-32; 마태 15,21-28 



어제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를 발표했습니다. 비교적 짧았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고, 전체적으로는 가톨릭 사회교리에 부합하는 훌륭한 내용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경축사가 짧아도 최근 국정의 모든 현안을 짚고 있기 때문에 다 다룰 수는 없고, 국민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북한 및 일본 등 인접한 나라의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가 견지해야 할 외교정책에 대해서 저는 주목을 했고, 이를 최고선과 공동선의 관점,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범주에서만 비평을 해 보겠습니다. 


첫째, 국민에 대한 국가의 역할 문제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입니다.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항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2항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행복추구권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자연적 권리로서, 소극적이며 적극적인 모든 인간 기본권을 포괄하는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국민을 포함하여 그 국가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리인 동시에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보장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신학적으로 해석하자면, 이 조항은 “하느님을 흠숭하라”는 십계명의 제1계명이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 이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라’는 내용으로 구체화된 현대 헌법의 총아입니다. 비록 한 사람의 개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지닌 인간 존엄성은 인간 전체가 보장받아야 하는 전체적인 최고선의 가치이며, 그 근거는 인간 존엄성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존재라는 신앙적 확신에 근거합니다. 그래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국민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방해를 받거나 위협을 받는 경우에 국민이 선출한 국가의 정부가 그 개별 국민의 안전과 성취와 행복을 도와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입니다. 


형식적인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인 신앙의 자유로까지 보장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조건이 이 행복추구권입니다. 따라서 형식적인 종교의 자유만 보장할 뿐 실질적으로는 우상숭배적인 모든 정치세력에서는 이 행복추구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실현할 의지도 없습니다. 박해시대의 조선 조정이 그러했고, 현재까지의 전체주의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 정부는 이 헌법 조항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사례를 들어 강조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사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징용기업에 동원되어 강제노동을 했던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에서는 행복추구권을 헌법에 두고 있으면서도, 이 판단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부터 두 번째 문제로 건너갑니다. 


둘째, 현 단계 인류 문명은 국가 단위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합니다. 따라서 언젠가 인류 공동체가 구속력 있는 정부를 보유하게 될 때까지는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입니다.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 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 발언은, 일본 정부는 자신의 현 헌법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군국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이룩해야 할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 일본, 중국, 대만 등 관련 당사국들이 모두 인간 존엄성과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존중하는 정치, 그를 위한 공동선을 실현하려는 정치를 할 때에만 이룩될 것입니다. 이 조건이 이루어져야만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의 정부는 형식적인 종교의 자유는 물론 실질적인 신앙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증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재정부 시절에는 이 조건을 채우지 못했고 그래서 지난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가 단 한 사람의 국민도 구하려 들지 않았던 데 대해 분노했던 것이고, 그러한 국가 운영 행태가 지속되자 급기야 2016년 겨울에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메운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촛불을 들었던 뜻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실현하지 못하는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바꾸겠다는 권력의지의 소산이었습니다. 헌법 제1조 2항의 정신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원칙은 대일 관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실현되도록 목표를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도 현행 헌법상으로는 믿지 않을 권리와 믿을 권리를 함께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의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으로 판가름나는 형식상의 종교의 자유는 물론 사실상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을 믿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임을 북한 동포들에게 체험시키고 인식시켜주는 노력이 북한 선교, 민족 복음화의 필수사항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평양 교구를 파티마의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봉헌하고자 하는 일에 관하여 말씀드립니다. 평양 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은 6·25 전쟁 70주년과 광복 75주년을 맞이하여, 하루라도 빨리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이런 결정을 하였음을 공식 천명하였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에 화답하여 다섯 가지 지향을 권고해 오셨습니다. 


▲ ⓒ 가톨릭프레스 자료사진


교황이 권고한 다섯 가지 지향을 우리 민족의 파스카를 위한 묵주기도의 신비로 문장화하면 이렇습니다. 


제1단, ‘회심’.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본받아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자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전구를 청합시다. 


[묵상] 생명과 용서, 화해와 형제애 실천 그리고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이 회심해야 합니다.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본받아 우리 자신이 회심하는 가운데 주변의 이웃들까지 이 회심의 동심원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2단, ‘생명의 다짐’. 한반도에서 죽음의 문화가 사라지고 생명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전구를 청합시다. 


[묵상] 한반도에서 전쟁을 비롯하여 살인, 자살, 낙태 등을 자행하는 직접적인 살해 행위는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상적인 노임을 받지 못해 만성적인 실업 상태에 방치되어 불평등 구조의 희생자로 남거나, 열악한 작업조건에 내몰림으로써 만성적인 산업재해를 당하도록 방치하는 간접적인 살해 행위 등 죽음의 문화를 추방하고, 생명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제3단, ‘용서와 화해의 다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번이라도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서 남북 동포들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전구를 청합시다.


[다짐]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과 평화가 정의의 열매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서, 지난 세기에 한반도를 침략하여 남북의 동포들에게 온갖 폭력을 자행한 죄는 물론, 남과 북이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형제를 죽고 다치게 한 죄가 이 땅에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친일잔재청산으로 하느님 앞에서 인간을 존중할 민족정기를 드높이는 한편 평화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할 이념이나 군사력을 앞세워 폭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다짐해야 합니다. 


제4단, ‘형제애 실천’. 남북한 동포들이 서로 형제애를 실천하는 일에 믿는 이들이 앞장설 수 있도록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전구를 청합시다. 


[묵상] 본시 한 나라에서 한 동포로 살아왔던 한겨레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광복이 완성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통신을 복구하며 언론을 상호 개방하고 문화를 교류하는 한편, 서로 간에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제5단, ‘주변 강대국 지도자들의 회심’. 일찍이 유배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고국으로 귀환시켜준 키레스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 지도자들을 하느님께서 평화의 일꾼으로 삼아주시도록 티 없으신 성모 성심께 전구를 청합시다. 


[묵상] 백 년 전 나라를 빼앗긴 탓에 우리 민족은 지난 백 년 동안 우리의 운명에 대해 발언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다시 백 년만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것보다 서로 화해하고 통일될 한국이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더 큰 이바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신을 하느님께서 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심어주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온전하고 남북 모든 겨레가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광복을 고대하면서 오늘 미사 화답송의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느님, 모든 민족들이 당신을 찬송하게 하소서.”


“하느님, 모든 민족들이 당신을 찬송하게 하소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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