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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50년, ‘시대적 사명’을 찾아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설립 50주년 맞아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8-28 18:55:18
  • 수정 2020-08-28 18: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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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평화위원회가 노동법 개정 서명운동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잡지 1984년 9월호) (사진출처=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유신정권,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노동, 인권문제 등 한국 사회가 위기를 겪는 순간마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있었다. 


정평위의 탄생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의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을 전하고 가난한 지역의 발전과 민족들 간의 사회정의를 촉진하도록 가톨릭 공동체를 격려하기 위해’ 보편 교회의 한 기관을 설립하도록 제안했다. 


이에 교황 바오로 6세는 1967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를 설립하고, 각국 교회에도 정의평화위원회를 설립하도록 권고했다. 교황청 정평위는 1988년 6월, 평의회로 개편됐다. 


한국 천주교회는 1970년 8월 창립총회를 열고 < 한국 정의평화위원회 >란 이름으로 정평위의 시작을 알렸다. 


정평위는 “복음적 관점에서 한국의 사회 현실을 연구, 검토하여 하느님 백성에게 사회 안에서 시대적 사명을 자각시키고, 그리스도교적 증거의 생활을 격려, 권장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사회 구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73년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1975년 12월에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직속 기구로 재발족하면서 <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로 명칭을 바꿨다.  


주교회의는 정평위 재발족에 앞서 75년 2월에 발표한 메시지에서 “부정부패, 사회부조리, 인권 유린 등을 고발하는 교회의 발언권은 계속 행사되어야 한다. 교회는 정치 질서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런 사명을 다하기 위해 주교회의 안에 정의평화위원회가 조직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76년 3월 1일, 서울 명동성당 3.1절 미사에서 윤보선, 김대중, 함석헌 등 11명의 재야 인사가 서명한 ‘민주 구국 선언’이 발표됐다. 이 선언문은 유신철폐, 긴급조치 철폐, 사법권 독립, 박정희 사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이 선언에 서명한 이들이 구속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정평위는 이들을 위한 기도회를 여러 차례 열었으며 각 정부 부처에 항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1977년 3월 ‘3.1사건 유죄판결에 임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평위는 한국 사회, 정치,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1978년에 일어난 동일방직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1980년 동일방직 해고근로자 복직과 동일방직노동조합 활동 보장 촉구 성명문을 발표했다. 


1979년 6월, 1981년 11월 교회와 사회에 보내는 백서를 발표하면서, “그리스도 교회의 입장에서 오늘의 한국 현실을 정치, 사회, 경제, 언론 분야 등 그리스도인들에게 시대의 표징과 그 뜻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평위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행 노동관계법의 반민주적 성격이 불행한 노동현실을 낳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판단하고 1984년 노동관계법 개정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동교구 오원춘 사건 대책위원회 구성(1979) ‘김대중, 광주 사태 관련자 석방을 바라는 건의문’(1981), ‘KBS-TV 시청료 거부 운동 성명서’(1986), 용산 참사 관련 성명서(2009),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2015) 등을 내고 한국 사회 민주화 운동 전반에서 굵직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50년간 사회의 주요 국면마다 정평위가 발표한 문건은 130건에 이른다.


1990년대 이후에는 인권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2001년에는 정의평화위원회 산하로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환경소위원회(2016년 생태환경위원회로 분리)를 설립했으며 사형제도 폐지 운동과 국가보안법 개폐 운동을 전개했다. 


매년 사회교리주간에는 신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교육자료를 공유하고,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기간에는 주요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알리고 있다. 


또한 전국 교구 정평위원장 사제 연수, 정의평화 활동가 연수를 통해 현장 활동가들에게 정보 교류와 협력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주교회의 정평위는 위원장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 총무 황경원 신부(서울대교구 정평위원장), 15개 교구 정평위원장 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위원 등 2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하 소위원회에는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가 있다. 


지역사회 문제에는 각 교구 정평위가


▲ 2016년 6월,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 ⓒ 가톨릭프레스 자료사진


설립 시기는 교구 사정마다 다르지만 천주교 15개 교구에도 정의평화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문제나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연대하면서 추모·시국미사를 봉헌하고 필요에 따라 성명서, 시국선언문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회교리학교를 열어 신자들이 복음적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며 강연·세미나·포럼 등을 진행하여 시대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기도 한다. 


서울대교구 정평위는 1984년에 설립되었으며 1986년 상계동 재개발, 권인숙 성고문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1987년에는 호헌철폐와 민주개헌을 간구하는 단식기도를 진행하며 각 본당에 직선제 개헌 서명을 독려하기도 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공정수사 촉구(1991), 9개 교구 정평위와 12.12사태 성명서 발표(1994), CMC의료원 노사문제 중재 노력(2002) 등 사회 정의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서울대교구가 주관하는 사회교리학교를 졸업한 신자들로 구성된 '천주교더나은세상'은 현실 속에서 사회교리를 실천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정평위의 경우, 성직자·수도자·평신도 총 14명이며, 위원들은 추천을 받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2004년에 설정된 천주교 의정부교구는 2012년 10월에 정평위가 설립됐으며 교육·사회현안·연대활동·홍보분과로 구성되었다. 의정부교구 정평위는 매달 첫째 주 수요일 ‘뿔나팔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세월호·소성리·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등 사회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곳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2016년에는 사회교리학교를 수료한 사람, 정평위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 복음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정평위 소식지 「뿔나팔」을 창간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평위는 1986년 5월 창립되어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 1999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운동을 전개했으며 그해 생활신앙학교를 처음 시작했다. 


이외에도 제주4.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부산본부 준비위원회(1998), 6.15 남북공동선언실현 부산시민 통일연대에 동참(2001),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2003),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 등 인권, 환경, 평화를 위한 활동에 함께 했다. 


매월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아세미)를 열어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진행한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시 복음에 비추어 신앙인의 눈으로 재해석한다.


2008년에 발족한 대전교구 정평위는 다른 교구보다 설립시기가 늦지만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3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정세미)를 시작하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시국선언(2008), 검찰의 통합진보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규탄(2012),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시국선언(2014) 등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대교구 정평위는 1987년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 사진이 담긴 자료집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을 펴냈으며, 올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교회의 눈으로 본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수원교구 정평위는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반대, 북한 식량난 문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016년에는 수원여대 해고자 교직원들과 연대해 이들의 복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천교구 정평위는 1976년 설립됐으며 고 김병상 몬시뇰이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제주 해군기지 관련 성명, 매년 세월호 추모 미사,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86년에는 「정의 평화」 소식지를 발간했으며 매달 ‘평화의 시선’ 월례미사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각 교구 정평위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활동하기도 한다. 2012년 1월 대구·부산·안동·원주교구 정평위는 <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 >를 출범했다. 2011년에는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 2017년 < 가톨릭공동선연대 >, 사드 철회를 위해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이 합심한 < 종교인평화연대 >를 꾸리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사회 굽이굽이마다 사회 참여에 앞장섰던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25일로 예정되었던 50주년 기념미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 됐다. 


우리는 '너희들이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를 생활로써 증거해 달라'고 하는 사회 요구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교회는 모든 것을 바쳐서 사회에 봉사하는 '세상 속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1968년 5월, 고 김수환 추기경 명동대성당 교구장좌 착좌식 취임 미사 강론 중)


설립 50주년을 맞은 정의평화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시대적 사명을 찾아 천주교회가 ‘세상 속 교회’가 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 1962년 요한 23세 교황이 소집했으며 1965년 바오로 6세 교황 때 폐막한 제21차 세계 공의회. 교회의 자각과 쇄신, 신앙의 자유, 종교와 정치의 제 역할 찾기, 개별 민족과 사회 존중, 세계 평화, 개신교를 포함한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 다른 종교와의 대화, 전례개혁을 비롯한 교회의 현대화 등을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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