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와 같은 전 세계적 위기가 인간이 다른 피조물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 때문이라며 피조물과 “형제애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을 치유하다’라는 주제로 이어지고 있는 수요 교리문답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상황 가운데 “자신을 돌보는 것, 그리고 서로를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은 인간 조건의 황금률이며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 자체가 건강과 희망을 가져다준다.
교황은 마찬가지 관점에서 지구를 돌보아야 한다며 “관상”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상 없이는 모든 것이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변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다른 피조물을 “자원”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경계하며 피조물이 가진 각자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침묵 가운데 경청하고 관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관상 없이는 “지나치고 오만한 인간중심주의에 빠져 만물의 중심에 ‘나’가 있다고 여겨 인간 존재의 역할을 ‘더 높은 차원’에 둠으로써 우리 자신을 다른 모든 피조물의 절대적 지배자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에 빠지기 십상이다”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피조물에 대한 성경의 왜곡된 해석이 이러한 잘못된 시각에 기여했고, 이에 따라 대지는 숨 막히도록 착취당했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은 관상의 측면을 되찾아 대지, 피조물을 착취하는 대상이 아니라 은총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상에 임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자연 안에서 그들의 쓸모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상이란, 어떤 것의 쓸모 그 이상을 보는 것
이 같이 설명하며 교황은 “아름다운 것을 관상하는 것은 그것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만물에 부여하신 근본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렇게 “치유의 태도”를 갖게 해주는 관상은 “자연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피조물의 일부로 인정하고,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주체가 됨으로써 자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상과 돌봄은 인간과 피조물의 관계를 바로잡고 다시 균형을 맞추는데 필요한 길을 보여주는 두 가지 태도라며 “피조물과 형제애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는 공동의 집, 생명, 희망을 지키는 자가 되어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느님이 우리에게 건네주신 유산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사람들은 ‘난 이렇게도 잘 산다’고 말하겠지만 문제는 지금이 잘 사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치독일의 만행과 독재를 뿌리 뽑기 위해 히틀러 암살에 참여했던 디트리히 본회퍼(Bonhoeffer) 목사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이냐, 미래 세대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본회퍼 목사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 행동에 나섰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 문제인 생태 위기에 대해서도 “몇몇 사람들에게 각 인간의 소명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모두는 각자 ‘공동의 집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⑴ 관상 : 하느님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사랑하는 행위. 관상을 통한 기도를 관상 기도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