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하는 말을 들으며 ⓒ 김유철
살아내기
흉터 없는 생이 어디 있으랴
발뒤꿈치에 번진 각질마냥
퍼석거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가을 어귀의 냄새가 퍼지면
넉넉한 저녁이 살포시 다가오면
먼 들녘 지나가는 새 언듯 보이면
사분의 삼은 살아낸 것이다
한 해든
한 평생이든
사분의 삼쯤 살아냈으면
잘 한 것이다
이 가을
제 어깨 제가 두드리며
잘 했다고
그 흔적마저 고마운 일이라고
다독거릴 일이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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