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별을 가진 연인들도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 이후 이를 두고 갖가지 논란이 일었다.
최근 교황청 국무원은 각국 교황대사관에 해명자료를 보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민결합’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교계언론을 포함한 국내 언론들이 ‘동성혼을 찬성한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보도를 내고 있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국무원의 해명자료에 따르면, 2019년 멕시코 기자와의 인터뷰에 교황이 시민결합법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것이 사실이고 애초에 교황은 교리와 무관하게 시민의 기본권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실제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산발적인 보도로 혼란을 일으킨 것이어서 언론의 보도 행태가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작가 오스틴 아이버레이(Austen Ivereigh)는 최근 교황청에서 각국 교황대사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다큐멘터리 < Francesco > 관련 해명자료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해명자료는 얼마 후 인도네시아, 프랑스 교황대사관에 의해 교황청의 공식 문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황청 국무원 명의로 발송된 이번 문건의 핵심은, 교황이 시민결합을 인정한 것은 “국가의 조치를 언급한 것이지, 수십 년간 여러 차례 반복되어 온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즉, 교황은 가톨릭교회에서 이야기하는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보장하듯이 동성 연인들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존재로서 다른 시민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의료, 복지, 재산 등의 혜택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교황은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에 포함된 인터뷰에서 ‘동성혼’에 관한 어떤 지지의사도 드러낸 바 없으며, 오히려 2017년 프랑스 사회학자와의 대담에서도 명확히 드러내었듯이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임을 고수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명확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언론 및 교계언론은 마치 교황이 ‘동성혼을 지지한 적이 없다’는 식의 제목을 달고 교황이 시민결합법을 지지했다는 것 자체가 왜곡된 내용인 것 마냥 보도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다큐멘터리의 맥락과 해당 인터뷰 원본을 보지 않은 채 언론이 동성혼과 같은 키워드에 집착해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무원 문건은, 교황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교황의 요청으로” 작성된 이번 문건의 주요 목적은 “교황의 발언을 적절히 이해하는 일을 돕기 위함”이다.
국무원은 사목의 관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소수자도 가정 안에서 지낼 권리가 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어떤 사람을 가정에서 내쫓거나 못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결합법이며, 이렇게 성소수자들은 법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라는 답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0년 아르헨티나의 동성혼에 반대하여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결합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라고 명시했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은 < 가톨릭프레스 >가 보도했듯 이미 일부 외신이 구체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국내 언론들이 ‘동성혼’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두 발언이 마치 연결된 것처럼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교황청 국무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일간지 < Corriere della sera >와의 2014년 인터뷰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혼인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입니다. 정교분리 국가들은 보건 지원과 같은 동거인 간의 경제적 측면을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생겨난 일부 동거 상황의 규정을 위해 시민결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여러 가지 성질을 가진 동거 계약입니다. 각기 다른 그 형태는 셀 수 없이 많겠지요. 서로 다른 경우를 살펴보고 그 다양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국무원은 이번 해명자료에서 “다큐멘터리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이 한 개의 답변으로 편집·공개되어 혼란이 일어났다”고 밝히며 이번 논란은 문맥이 부재해서 발생한 단순한 오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