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의료인, 법조인 등 각계 전문가 2,164명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내년 1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임시국회 동안 입법부의 신속한 법제정 절차를 촉구했다.
17일, 선언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산재와 참사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기업이 법을 위반한 결과 사람이 죽고 다치고 병들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비극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업은 위험을 관리하는데 소홀하다"
이들은 특히 기업이 재화·서비스와 “함께 생산되는 위험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언 참여자들은 “사람의 목숨값이 안전 비용보다 싼 우리 사회에서 기업은 위험을 관리하는 데 소홀하다”며 “아예 위험을 외주화하고 위험관리의 커다란 공백을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그렇게 증폭된 위험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의 죽음의 행렬로 나타난다”고 규탄했다.
이천냉동창고, 석탄화력발전소, 지하철역 등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안전에 관한 법을 고의로 혹은 반복적으로 위반하고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여당을 향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발의된 여러 법안의 차이에 대해서는 발의 주체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른 합의를 이루기 위해 주어진 시간 내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산업재해의 위험에서 노동자와 그 가족을 구출하는데 집중할 것을 호소했다.
지난 2일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청회 이외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안이 정말로 명확성의 원칙이나 책임주의에 반하는지, 산재 범죄의 고의성에 비춰볼 때 정말로 처벌이 과도한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로 충분한지 등의 의문에 한국 사회는 정면으로 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 의료계, 법조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것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라 산재사망 10명 중 6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안과 달리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4년 유예 조항을 삭제하고 “모든 기업에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특히 ▲임시국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징벌적 손해배상 포함 ▲50인 미만 소기업 유예 철폐를 요구했다.
지지선언에는 교수 734명, 의사 304명, 연구원 296명, 변호사 167명, 노무사 146명, 간호사 89명, 산업위생사 39명, 약사 40명, 기타 349명 총 2,164명이 참여했다.
7일째 단식 중인 고 김용균 어머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온전히 만들기를 원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CJENM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과 함께 현재 7일째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김미숙 이사장은 특히 무분별한 도급이 제한되지 않고,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에 대해서는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등 실효성 없는 김용균법이 제정되는 것을 보며 이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큼은 “온전히 만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균이를 잃었던 것보다 더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내 아들을 살리지는 못해도 다른 용균이들이라도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꼭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법제정을 통해 “노동자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는 기업, 경영책임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서 부당한 죽음을 막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명숙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김도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등이 각계 전문가를 대표하여 참여했다.
백도명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지금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나몰라라 하는 사회가 아니라, 조직이 나서서 같이 돌보지 않으면 조직이 살아남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를 대표하여 발언한 김도형 민변 회장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골자가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거나 시설물을 운영하다가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면, 안전과 효율 사이에서 비용을 결정하는 경영책임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법안에 포함되어 있는 도급·위탁관계에서의 공동 의무 부담은 위험을 외주화하는 경우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포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를 만나 공동선언문을 전달하고, 임시국회 회기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달라는 의견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